신한은행이 서울시금고를 따내기 위해 4년간 출연금만 3,000억원의 천문학적인 출연금을 약속하면서 지자체 금고나 법인 영업에 대한 과열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32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1금고 사업자로 선정된 신한은행은 3,050억원, 2조원 규모의 서울시 2금고(기금 2조2,529억원) 사업자인 우리은행은 1,100억원의 출연금을 각각 제시했다. 4년 전 우리은행이 사업권을 따낼 때 1,400억원을 제출했는데 이번에 서울시가 104년 만에 처음 1·2금고 사업자 별도 선정 등 복수체제로 변경하면서 경쟁이 과열돼 출연금 규모가 3배 올라간 것이다. 서울시는 그야말로 앉아서 천문학적인 부외 예산을 얻게 된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평가기준에 다른 항목도 많지만 (출연금 등) 지역사회 기여실적 평가 부문을 무시할 수 없어 제 살 깎기 식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과도한 출연금 경쟁에 대한 지적은 해마다 있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최근 10년간 국내 6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의 시·도 금고 출연금 규모는 총 9,957억7,000만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도한 비용 지출은 수익성 하락을 불러오고 은행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일반 고객에게 대출금리나 수수료 인상을 통해 비용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강하다”며 “그러나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을 받지만 그때뿐”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금고=역마진’이라는 등식이 고착화되고 있지만 은행들은 ‘서울시 금고 수주’라는 상징성에 기대하는 측면이 강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혈경쟁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 등 지자체들은 수십조원의 세금운용을 빌미로 4년마다 은행들로부터 천문학적인 출연금을 챙겨 단체장 업적 사업에 활용하고 있어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의 영업능력을 과시하는 기준이 되고, 경쟁은행에 빼앗길 경우 내부 사기문제와도 직결돼 경쟁에 가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104년 만에 서울시금고를 빼앗긴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지난 3일 결과발표 직후 임원들을 긴급소집해 “지금까지 역마진이었는데 무리할 수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분위기가 위축될 수 있어 담담하게 격려한 차원이지만 속내는 지자체 금고수주 경쟁과열에 대한 우려가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지자체 금고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법인영업 유치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무궁화 대출을 수주했지만 후폭풍이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무궁화 대출 최저금리로 1.9%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으나 역마진을 우려해 영업부서에서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무궁화 대출 유입 규모는 지난해 4·4분기 2조5,000억원에서 이번 1·4분기 6,000억원으로 76%나 감소했다. 금감원도 국민은행 경영실태평가에서 국민은행이 무궁화 대출 입찰 과정에서 수익성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04년 만에 우리은행의 독점을 깬 신한은행은 출연금을 가장 높게 제시했지만 이택스시스템(서울시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획기적인 변화 시도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출연금 과도 논란에 대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이라며 경영전략 차원임을 강조했다. 위 행장은 해외출장 중에 예정보다 빨리 시금고 선정 프레젠테이션이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급거 귀국해 PT에 직접 참여했다가 다시 출국하는 등 열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행정안전부에 은행들의 과다 경쟁으로 이어지는 지역사회 기여실적 평가배점을 하향 조정하도록 권고했지만 진척이 없어 당장 7월 입찰 예정인 인천시 금고를 비롯해 하반기에 줄줄이 예정돼 있는 세종특별자치시·전라북도·제주특별자치도 등의 금고은행 선정 작업도 출연금 과다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