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철 FMK 대표 "伊 장인정신 곳곳에 깃든 마세라티, 타면 탈수록 교감 나누는 친구같죠"

■ CEO&스토리


뛰어나거나 이름이 난 물건이나 작품. 명품(名品)의 사전적 정의다. 흔히들 샤넬·에르메스 같은 여성 핸드백 브랜드나 롤렉스·오메가 등 시계 브랜드를 일컫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로 눈을 돌려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바로 마세라티다. 연간 생산량이 5만대에 불과하다. 야수가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의 그릴과 삼지창 로고는 멀리서도 단연 존재감이 느껴지고 배기음 역시 확실한 차별성을 뒀다. 브랜드 내 엔트리급 모델인 기블리의 키(key)를 손에 쥐려면 1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명품의 3대 요소라고 일컫는 것들을 갖추고 있는 셈. 그러나 마세라티를 이끌고 있는 김광철 FMK 대표는 “그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손사래 쳤다. 대신 “아마도 운전대를 잡으면 차와 교감할 수 있어서 고객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104년 전 스포츠카 브랜드로 출발

모든 모델에 레이싱 DNA 고스란히

‘파바로티’ 배기음·가죽 등 차별화

하나하나 모여 도로 위 예술품으로

지난달 17일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마세라티 한남 전시장에서 만난 김 대표의 얼굴에는 명품 브랜드의 수장다운 자신감이 묻어났다. 겉모습만 번드르르한 느낌이 아니다. 차분하고 겸손함 속에서도 은근한 멋을 풍겼다.

차와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은 김 대표만의 생각이 아니다. 그는 “고객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말”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우 김래원씨다. 마세라티는 지난 2월 종영한 드라마 ‘흑기사’에 마세라티 차량을 지원했다. 주인공 문수호로 분한 김래원씨는 극 중 마세라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르반떼를 탔다. 김 대표는 드라마를 끝낸 후 김래원씨와 마세라티 본사 직원들이 가진 식사자리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사실 김래원씨는 수년 전부터 콰트로포르테를 몰고 있는 마세라티 고객”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직원 한 명이 마세라티만의 매력이 뭐냐고 묻자 김씨는 “타면 탈수록 친구 같다”고 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김래원씨와 같이 평가해 주시는 고객들이 정말 많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딱 맞는 느낌을 주는 게 진정한 명품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체 왜 고객들이 마세라티 차량을 친구 같이 느낄까. 돌아온 첫 번째 답은 ‘100년이 넘는 전통’. 김 대표는 “마세라티는 1914년에 탄생했고 올해로 104년째를 맞았다”며 “100년이 넘는 동안 숙성된 유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출발점부터가 다른 브랜드들과 다르다. 마세라티가(家)의 넷째 알피에리(Alfieri)가 이탈리아 볼로냐에 처음 사무실을 열고 한 작업은 이탈리아 수제 차량을 경주용 차로 제작하는 일이다. 1926년 마세라티만의 기술로 만든 첫 모델 ‘티포 26’ 역시 레이싱카다. 김 대표는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들이 상업용 차를 먼저 만들고 이후 스포츠카로 발전한 것과 달리 마세라티는 스포츠카 브랜드로 태생한 후 상업 모델로 변모했다”며 “100년의 레이싱 DNA가 모든 모델에 녹아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마세라티는 브랜드 출시 후 40여년 동안 챔피언십과 F1그랑프리에서 포디움(시상대) 정상만 500회 넘게 올랐다.

이탈리아 특유의 장인 정신이 차의 곳곳에 배어 있는 점도 마세라티를 명품으로 거듭나게 하는 요소다. 김 대표는 “사실 이탈리아 하면 자동차보다는 패션과 디자인·건축 등이 더 유명하지 않느냐”고 운을 떼고는 “손재주가 뛰어난 이탈리아 사람들의 강점이 마세라티 곳곳에 녹아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차량 내부다. 마세라티 차량들은 시트뿐 아니라 앞유리와 맞닿아 있는 대시보드까지 가죽으로 둘렀다. 김 대표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인 제냐 가죽을 주로 쓴다”며 “단순히 명품 가죽만 쓰는 게 아니다.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가 한명 한명이 한땀 한땀 바느질을 통해 문양을 만들어낸다”고 소개했다.


배기음 역시 예술 작품이라는 철학으로 만들어 냈다. 2007년 서거한 유명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마세라티의 유명 팬이었다. 김 대표는 “마세라티의 배기음과 닮았다는 평가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라면서 “파바로티는 처음 마세라티 배기음이 탄생한 순간을 같이 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홍보대사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소들이 모두 모여 도로 위의 예술품으로 탄생하는 것 아닐까요?”

마세라티를 선택하는 고객들은 누굴까. 김 대표는 “고객들의 평균 연령대는 40대 전후로 주요 수입차 브랜드들에 비해 5~10세가량 젊다”고 했다. 아무래도 톡톡 튀는 영향 때문이다. 많이 알려진 사람들 중에는 배우 김사랑씨와 차승원씨, 이민정씨 등이 있다. 손흥민 선수도 영국에서 마세라티의 그란 투리스모를 몬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흐름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다른 브랜드들의 대형 세단을 두 세 차례 반복해서 탔던 장년층들이 콰트로포르테를 선택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인지도가 높아진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신규 고객의 상당수가 독일 브랜드에서 옮겨왔다”고 귀띔했다.

독일 브랜드들도 마세라티와 같은 역사와 전통이 있다. 주행 성능이나 가격 측면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좀 더 직설적으로 물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가 아닌 마세라티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독일차들은 한 마디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라고 보면 됩니다. 잘 달리면서 곡선구간에서도 잘 빠져나가죠. 반대로 딱딱한 서스펜션이 부담스럽다고 느끼면 부드러운 쿠션감이 좋은 미국차를 선택하면 됩니다. 인테리어와 편의 사양, 가격 대비 만족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국내 브랜드의 고급차가 최고의 선택지입니다. 내구성에서는 일본 브랜드들이 확실한 강점이 있죠.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마세라티 모델들은 상대적으로 강점인 부분들도 있고 조금 미흡한 부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능 이면에서 이탈리안 특유의 장인 정신이 녹아 있는 마세라티의 브랜드 가치를 넘어서는 곳들이 있을까요.”


당분간 신차 확대보다 내실 다지기

보증 등으로 고객 믿음에 보답할것



사실 마세라티는 4~5년 전만 하더라도 정작 국내에서는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2016년 말 드라마 ‘도깨비’의 영향이 컸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덕분에 차량을 제공한 마세라티의 인지도도 급상승한 것. 자연스레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지난해 2,000여명의 고객들이 마세라티를 선택했다”며 “2015년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볼륨이 커졌고 지금은 세계 시장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고 말했다. 인터뷰 장소를 강남구 본사가 아닌 한남 전시장으로 잡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2016년 10월 문을 연 한남 전시장은 마세라티가 처음으로 강북 지역에 차린 전시장이다. “당연히 애정이 갈 수밖에 없다”는 김 대표의 말은 마치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것처럼 들렸다. 김 대표는 그러나 “당분간 전시장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올해와 내년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판매량을 예상하고 있다”는 설명에 의아해하자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가장 확실한 마케팅 효과는 많이 팔릴 법한 신차를 내놓는 것인데 당분간 그럴 계획이 없습니다.(웃음)” 올해 출시 예정인 르반떼의 고성능버전 ‘트로페오’와 기블리의 에디션 버전 ‘네리시모’는 볼륨 자체가 크지는 않다.

대신 외형이 아닌 내실을 다지기 위한 고민은 김 대표를 괴롭히는 과제이면서 동시에 또다른 도전의 쾌감을 준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대표 모델 기블리의 보증 문제다. 김 대표는 “마세라티의 대표 모델인 기블리를 출시 초기 구입한 고객들은 올해부터 속속 3년의 보증 기간이 끝난다”며 “이 고객들을 위해 경제적인 정비 및 보증 패키지를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4~5년 만에 차량에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안심’ 유무는 개인의 효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특히 고급 차들은 예기치 못한 정비에 큰돈이 들어간다. 그래서일까. “고객들로부터 인정받고 인지도도 급상승했습니다. 이제는 고객들의 믿음에 우리가 보답할 차례죠. 이런 게 마세라티의 브랜드 철학입니다.” 김 대표의 말에서는 은은한 명품의 향기가 묻어 났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김광철 대표는

△1957년 서울 △1979년 동아자동차(현 쌍용자동차) △1981년 한진건설 장비사업부 △1996년 BMW코리아 영업담당부장 △2000년 저먼모터스(German Motos) 전무 △2005년 더클래스효성 대표 △2009년 효성토요타 대표 △2015년~ FMK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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