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9개월 만에 우승한 박성현(25)은 부진이 이어지던 시기에도 늘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더콜로니의 올드 아메리칸 골프클럽에서 끝난 LPGA 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텍사스 클래식에서 시즌 첫 승을 거머쥔 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성현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과 매니지먼트사인 세마 스포츠마케팅 등을 통해 “시즌 초반 두 번이나 컷 탈락하고 마음이 되게 힘들었는데 우승하고 나니 그간 힘들었던 마음이 다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강풍과 비로 1라운드가 취소되고 이후에도 경기 중단과 순연이 이어진 끝에 36홀 경기로 축소됐다.
박성현은 “1라운드 때 기다렸다 나왔다 하면서 긴 하루를 보냈다”며 “그렇지만 날씨를 어쩔 수는 없고 모든 선수가 함께 힘들 거라는 생각에 마음을 편히 가지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악조건 속에서 치러진 1라운드를 6언더파로 마친 박성현은 마지막 2라운드에서도 불안한 출발을 4번 홀 멋진 칩인 이글로 날려버렸다.
박성현은 “첫 홀을 보기로 시작하면서 조금 어려웠는데 이후에 칩인 이글이 나오면서 경기가 풀리기 시작했다”며 “떨어지는 지점이 좋았지만 들어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홀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고 저도 캐디도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행운의 칩인은 마지막 18번 홀에서도 나왔다. 홀에서 20야드(18m)가량 떨어진 그린 밖에서 58도 웨지로 공략한 까다로운 칩샷이 곧바로 홀을 찾아 들어갔다. 이 칩인 버디는 결과적으로 1타 차 우승을 결정짓는 위닝샷이 됐다.
박성현은 “그 샷도 깜짝 놀랐다”며 “마지막 홀 칩샷도 굉장히 어려웠고 긴장을 많이 한 상태였다. 치고 나서 잘 쳤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렇게 빨려 들어갈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핀까지는 오르막이고, 핀을 지나서는 내리막이라 어려운 칩샷이었다”며 “비슷한 상황에서의 칩샷을 많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인상과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을 휩쓴 박성현은 완벽했던 데뷔 첫해가 부담된 듯 올해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박성현은 “올해 가장 많은 부담을 안고 경기를 했다”며 “작년에 너무 잘해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고 그래서 초반에 더 안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았다.
앞선 7개 대회에서 박성현의 평균 퍼트 개수는 30.67개로 전체 115위였다.
부진 탈출을 위해 박성현은 퍼트 연습에 매진했고 이번 대회에서는 퍼트 수가 1라운드 24개, 2라운드 28개에 그쳤다.
박성현은 “원래 쇼트게임보다 샷을 더 연습하는 편인데 지난주엔 샷 연습을 줄이고 쇼트게임에 투자했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됐다”며 “퍼터도 일자형에서 헤드가 큰 맬릿 퍼트로 바꾸고 퍼팅 어드레스도 좀 낮췄다”고 설명했다.
따로 교습을 받지 않고 전처럼 혼자 퍼트 연습을 했지만 평소와 달리 어머니와 함께 연습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박성현은 “엄마가 생각보다 내 문제점을 잘 알고 있더라”며 “한주 내내 엄마랑 연습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한 것이 굉장히 도움됐다. 연습하고 감이 좋아서 엄마도 나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으로 박성현은 부담감이나 조급함 없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남은 시즌 대회에 임할 수 있게 됐다.
박성현은 “(시즌 초반)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매 경기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며 “그것이 이번 대회에 나에게 크게 다가온 것 같다”고 말했다.
‘2년차 징크스’ 우려에 대해서 박성현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얘기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며 “나도 우승을 했으니 2년차 선수들이 부담 없이 플레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앞으로 남은 대회에서도 쇼트게임 연습을 늘리겠다는 그는 “시즌 시작하기 전에 올해 목표는 3승이었다”며 “아직 대회가 많이 남았으니 일단 이 목표로 가보려고 한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