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경쟁부문 수놓은 아시아 영화
올해 경쟁부문에서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더 이미지 북’(The Image Book)이 프랑스 영화의 체면을 지킨 가운데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영화가 예년에 비해 강세를 띤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 지아장커 감독의 ‘애쉬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Ash Is Purest White),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Shoplifters),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아사코 I & II(Asako I & II)’ 등이 경쟁부문에 올라 국가 다양성이 커졌다.
개막작으로는 이란 감독 아쉬가르 파르하디의 ‘에브리바디 노우즈’(Everybody Knows)가 선정됐다. 과거 ‘아무도 머물지 않는다’ ‘세일즈맨’으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바 있는 파르하디는 ‘에브리바디 노우즈’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살던 스페인 여성이 아르헨티나인 남편과 자식들과 함께 스페인 여행을 펼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전한다. 스페인 출신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이 출연한다.
◆ 법적 분쟁·미투 논란
폐막작으로 선정된 테리 길리엄 감독의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The Man Who Killed Don Quixote)는 법적 분쟁으로 상영 여부에 골머리를 앓았다. 포르투갈 영화제작사 알파마필름의 파울로 브랑코 대표가 길리엄 감독과 이 영화의 소유권을 놓고 분쟁하면서 칸영화제 상영 금지를 신청했기 때문. 칸영화제 측은 “영화제는 법적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길리엄 감독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6년 ‘브레이킹 더 웨이브’로 심사위원대상을, 2000년 ‘어둠 속의 댄서’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더 하우스 댓 잭 빌트’(The House That Jack Built)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지만 그의 칸 복귀를 환영할 수 없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해 ‘어둠 속의 댄서’의 주연배우 비요크가 촬영 당시 감독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폭로한 것. 2011년 ‘멜랑콜리아’가 칸영화제에 초청됐을 당시 그가 나치 옹호 발언을 한 사실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 칸 오른 한국영화 장편 ‘버닝’·‘공작’, 단편 ‘모범시민’·‘우체통’ 등
올해 칸 라인업에 오른 한국영화는 장편 2, 단편 37작품이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경쟁부문에 올랐으며, 윤종빈 감독의 ‘공작’이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2007년 ‘밀양’(2007)으로 여우주연상, 2010년 ‘시’로 각본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이 ‘버닝’으로 세 번째 트로피를 거머쥘지 관심이 쏠린다. 유아인과 전종서는 첫 칸 입성이며 스티븐 연은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 이후 두 번째 칸 레드카펫을 밟는다.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 영화는 16일 오후 6시 30분(현지 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통해 전 세계에 첫 공개된다. 17일 국내 개봉한다.
윤종빈 감독은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제59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이후 두 번째로 칸의 부름을 받았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이 칸 레드카펫에 오르며 11일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영화가 첫 공개된다.
비평가주간에는 김철휘 감독의 단편 ‘모범시민’이 초청됐다. 영화는 오물로 엉망이 된 경마장 화장실에 말끔한 양복 차림의 주인공이 나타나 청소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단편 필름 라이브러리 ‘쇼트 필름 코너’에는 구상범 감독의 ‘우체통’, 조현준 감독의 ‘시계’ 등이 초청됐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