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의사들은 애먼 일을 한다며 걱정했고 엔지니어나 패션 기업들은 냉담했어요. 경영전문대학원(MBA) 동문을 통해 알게 된 네덜란드 출신 프랭크 보스붐이라는 산업공학 엔지니어만 제 얘기를 듣고 사흘 생각해보더니 ‘세상을 놀라게 하자’며 악수를 청하더라고요.”
지난 2012년 설립된 한국과 유럽의 합작 마스크 브랜드 ‘프레카’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최승호(42·사진) 대표는 본래 의사였다. 중국 의료시장을 연구하기 위해 중국 칭화대 MBA에 들어간 그는 베이징 미세먼지라는 장애물을 맞닥뜨렸다. 의사 체면을 구길 정도로 목이 아팠으나 정작 매일 쓰는 마스크의 효과는 장담하지 못했다. 방독면 급의 성능을 일반 마스크에 탑재해야겠다는 시나리오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프랭크의 소개로 영국의 유명 재단사와 생산설비를 찾았고 런던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약 3년의 연구를 거쳐 2014년 런던에서 프레카 브랜드와 마스크를 선보였다.
‘일반인 마스크’란 통념에 비춰볼 때 통상 8만~16만원에 이르는 프레카 제품은 고가다. 하지만 이런 가격 책정에는 충분한 근거와 기술 자신감을 갖고 있다. 최 대표는 “프레카 마스크는 방독면의 성능과 일회용 마스크의 간편함을 한 번에 구현했으며 필터만 교체하면 5년 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레카 제품의 본체는 영국에서, 필터는 한국에서 각각 생산하며, 필터 교체주기는 1~2주다. 교체형 필터는 정전식으로 초미세먼지(PM2.5)를 걸러주며 여과율이 95%에 달한다. 여기에 자동차 매연의 오염물질을 걸러 줄 수 있는 ‘활성탄필터’까지 합쳐 방독면처럼 먼지와 매연을 함께 막아준다는 특징이 있다.
‘윙(wing)’이라는 이름의 본체는 5,000여 명의 얼굴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했다. 얼굴과 마스크의 틈새로 들어오는 공기의 양, 즉 누설률은 5~7%에 그친다. 이 부분을 내세워 영국에서 산업용 마스크 인증을 획득했다. 일반 소비자용 마스크는 누설률이 20%에 달한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압박에 민감한 광대 주위와의 접촉을 줄이고 압력을 고르게 분산시킨 것도 특징이다. 모터사이클 의류에 들어가는 원단으로 내구성까지 강화한 덕에 지난 2016년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프레카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남방항공과 동방항공, 에어차이나 등이 기내 면세점에 프레카를 들여놓았다. 지난해에는 홍콩의 세계적 쇼핑명소 ‘하버시티’에 직영점을 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042000)’로 구축한 영문 쇼핑몰에서는 영국인들의 파운드화 결제가 이어지고, 한국 쇼핑몰의 방문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최 대표는 “안타깝지만 공기 질을 감안할 때 프레카 수요는 유럽보다는 아시아권에서 높을 수밖에 없다”며 “미세먼지로 고충이 큰 한국인, 특히 어린이들에게 위안의 아이템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프레카는 마스크를 넘어 인체공학으로 여러 분야 제품들을 재해석할 예정이다. 백팩을 우선 후보로 검토하고 있으며 명품 패션 기업들과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