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레드 코헨(앞줄 왼쪽 여덟번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연구개발(R&D) 전문가들이 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8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권욱기자
“아이들이 유튜브를 오래 보는 것이 유튜브 기술 탓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기술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많지만 모든 것을 기술의 문제로 돌리면 안 됩니다.”
9일 ‘서울포럼 2018’ 개막을 앞두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 에메랄드홀에서는 포럼 기조연설자인 자레드 코헨 구글 직쏘 최고경영자(CEO)와 국내 유수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들이 디지털 시대의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코헨 대표와 함께하는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기업인·스타트업 대표 22명은 ‘기술이 초래하는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자’는 목표를 내건 직쏘의 코헨 대표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코헨 대표는 인공지능·머신러닝 등 나날이 발전하는 ICT 기술의 범용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하면서도 결코 기술이 인간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종호 키튼플래닛 대표가 “유튜브를 보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부모나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이 줄고 스스로 습득해야 할 기본생활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기술발전이 가져온 문제의 일례로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들자 코헨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반박했다. 그는 “모든 문제가 다 기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아이가 삼성에서 만든 텔레비전을 하루종일 보면 삼성을 문제 삼겠느냐”고 반문했다.
코헨 대표는 “자녀를 돌보는 것,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기계가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라며 “기술이 있다고 해서 부모가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간에게는 인간으로서 나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다”며 “기술이 그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며 아직도 세상에는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기 위해 회의할 때는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꺼내놓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원칙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소셜미디어·포털 등 온라인 플랫폼이 가짜 뉴스·해킹·댓글조작 등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코헨 대표는 구글이 ‘악플’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구글이 만들고 있는 건 댓글의 감정적인 상태를 측정하는 머신러닝 모델이다. 댓글의 유해성을 0~100 사이 척도로 측정해 유해성이 높은 댓글을 단 사람은 토론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거나 바로잡게 한다는 아이디어다. 코헨 대표는 “어떤 주제든 대화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며 “이런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해 점잖고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지도록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헨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없는 한국만의 장점으로 “다양한 거버넌스와 그 사이의 갈등을 경험할 수 있는 지정학적 특성”을 꼽았다. 그는 이날 토론을 함께한 국내 ICT 기업인들에게 “모두 다른 인터넷 환경과 거버넌스를 가진 미국·북한·중국에 둘러싸인 한국은 다양한 플랫폼·맥락에 대한 경험과 감각이 더 뛰어날 것”이라며 “이를 활용해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시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