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바람 타고 또 도지는 동남권 신공항 포퓰리즘

6·13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경남(PK) 지역에서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 문제가 선거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정부 차원에서 새 공항을 만들지 않고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결론 낸 상황인데도 선거판에 다시 끌어들인 행태가 볼썽사납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는 그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김해공항 확장으로는 허브공항 역할을 못한다며 입지 문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음 문제로 심야에 비행기 이착륙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현 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김 후보의 김해공항 불가론이 가지는 현실적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같은 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아예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걸기까지 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대구·경북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 진영에서도 밀양 신공항 재추진 문제를 다시 거론할 태세다. 자칫 두 차례의 신공항 백지화 과정에서 봤던 극심한 지역갈등이 되풀이될까 걱정스럽다.

동남권 신공항은 숱한 논란 끝에 2016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 난 사안이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2009년 밀양과 가덕도 두 곳의 후보지까지 결정했으나 두 곳 모두 경제적 타당성 부족으로 백지화됐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하고 재추진했으나 결국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냈다.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날 당시 영남권 5개 광역지방자치단체는 더 이상 문제 제기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을 모를 턱이 없는 집권당의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신공항 문제를 재차 끄집어내는 것은 득표를 겨냥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 공항 같은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단체장 후보의 의지가 아닌 경제성을 근거로 추진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현 정부는 SOC 투자를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도 않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유권자를 상대로 한 희망고문을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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