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기대감에 묻혔던 달러 강세가 재연됨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팔자’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신흥국 전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국내 증시 상승 탄력이 둔화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바이오, 남북 경협주 등 테마주에만 몸을 싣는 분위기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인투자가는 코스피 시장에서 2조원대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한 달간 1조3,300억원을 내다 팔아 올해 유출액의 절반을 넘어섰다. 비슷한 규모(1조3,000억원)로 매도 우위를 나타낸 기관투자가 등의 영향까지 더해져 지난 한 달 새 코스피지수는 0.1%대 상승에 그쳤다.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올 들어 1조원대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강(强) 달러가 원인이다. 대신증권은 “한 달 동안 달러화 가치가 3% 가까이 상승했다”며 “전 세계 제조업 경기 둔화와 유럽연합(EU) 등의 성장은 약화하는 반면 미국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기를 겪으며 달러화 수요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신흥국 증시는 지난 1월 고점 이후 10% 넘게 하락했고 한국 증시 역시 파장을 피할 수 없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수급 불확실성이 여전한 코스피 시장에 글로벌 경기와 금리, 외환시장의 변화는 하락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기대감에도 경제협력 효과가 단기간에 나오기 어렵다는 점도 변동성을 키웠다. 최근 고공 행진하던 국제유가가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라는 변수로 당분간 불확실성에 빠질 위험도 커졌다. 당장 10일로 다가온 옵션만기일이 시장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일부에서는 미국 정부가 경상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약달러 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어 달러 강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는 사이 최근 한 달간 3조원대를 사들인 개인투자자는 낮은 수익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바이오주 급락 여파로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출렁이면서 큰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8일 코스닥 시장에서 에너지(-8.6%), 산업재 (-6.6%), 건강관리 (-5.1%), 필수소비재 (-3.9%), 금융 (-3.6%) 순으로 낙폭이 컸는데 이들은 개인투자자의 매매 비중이 높은 부문”이라며 “5월 말과 6월 초 사이 북미 정상회담, 미중 무역협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주요 이벤트가 있는 상황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함에 따라 현재 주식 시장은 여러 테마 간 자금 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