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8 서울포럼 첫 번째 세션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융합형 신(新)인재’에서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이제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합니다. 미래 유망 직업과 삶의 모범답안에 대해 지금까지는 아는 척했지만 사실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요. 어떻게 압니까.”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자꾸 뭘 가르쳐주겠다는 오만한 생각 자체가 아이들의 미래를 막는다”며 “(대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력과 그 친구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포럼 2018’ 이틀째인 10일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융합형 신(新)인재’를 주제로 열린 첫번째 세션에서 연사로 나섰다. 그의 솔직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고백에 고등학교·대학생부터 스타트업 대표와 직장인, 현직 교사까지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청중 650여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송 부사장이 진단한 우리 시대의 근본적인 변화는 인간과 직업의 수명이 어긋나고 있다는 데서 시작한다. 지난 2002년만 해도 텔레마케터는 유망직업 1위였지만 2015년에는 ‘미래에 없어질 직업’ 1위로 꼽혔다. 반대로 인간 수명은 갈수록 길어진다. 과학·의료기술의 발전으로 2015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142세까지 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송 부사장은 “기업과 직업은 15년을 못 가는데 ‘이 직업으로 평생 먹고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개성과 목표는 도외시되는 현실도 지적했다. 송 부사장은 “우리는 이제까지 ‘나는 누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내가 남들과 얼마나 다를까’ 하는 고민을 금기시하는 사회를 만들어왔다”며 “이런 사회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학생들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려달라’는 질문을 남에게 한다”며 “내 삶의 중심이 내가 아닌 채로 사는 친구들을 우리가 만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누구나 물건 명세서처럼 ‘스펙’을 쌓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지만 정작 그 속에 ‘자기’는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송 부사장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자문해보는 것이 모든 교육 시스템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직업은 기계가 대체하는 세상에서 우리 미래 세대가 자기만의 형질을 찾고 그것을 갈고닦아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송 부사장은 “원래 직업이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분업 시스템”이라며 “이 세상에서 나만이 풀 수 있는 문제를 찾아 각자의 마음을 들여다보시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