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2018 서울포럼에 참석한 류태호 버지니아주립대학교 교수가 성적이없는 성적표에 대해서 강연을 하고 있다./이호재기자.
“미국에서는 성적 없는 성적표인 ‘역량중심 성적표’를 발행하는 학습혁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융복합 문제가 발생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러한 교육방식의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류태호 버지니아주립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1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8’에서 한국에도 ‘역량중심 성적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입식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능력인 ‘창의’ ‘소통’ ‘협업’을 계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류 교수는 “미국에서 비행기로 몇 시간 만에 한국에 도착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지만 학교 교실의 시계는 150년 넘게 멈춰 있다”면서 “근대의 학교 수업과 현재 수업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정해진 답’으로 점수를 매기는 교육이 창의성 파괴의 주범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1968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1,60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아이들이 5세 때는 98%가 천재 수준의 창의성을 보였지만 10세 때는 30%, 15세에는 12%로 줄었다”고 전하면서 “아이들은 이미 창의력을 가진 만큼 이를 관리하고 키울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대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문제라고 그는 덧붙였다.
류 교수는 이에 따라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역량중심 성적표의 도입이 한국에서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과 팀워크·진취성·적응력 등의 항목별로 학생의 능력을 ‘설명’하기만 하는 방식이다. 실제 일부 대학들은 고등학교에서 작성된 역량중심 성적표를 기반으로 신입생을 뽑고 있다고 류 교수는 소개했다. 그는 “세계지식포럼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처음 발표하며 밝힌 인재상을 구현하려면 역량중심 평가와 능력 계발이 필수”라면서 “출생 연도별 학년 구성이 아닌 숙련도나 이해도에 따른 학급 구성이 필요하고 영어와 과학을 결합한 수업을 진행하는 등의 다양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