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10일(현지시간) 프탈링자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날 치러진 총선 승리를 확인하고 지지자들과 함께 두 손을 들어 보이며 환호하고 있다. /프탈링자야=로이터연합뉴스
밀레이시아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야권연합이 깜짝 승리하면서 지난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61년 만에 첫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 총선 과정에서 야권 지도자로 변신했던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는 93세의 나이로 15년 만에 정계에 복귀함에 따라 세계 최고령 국가 수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선거를 위해 마하티르 전 총리는 정적이었던 야권 진영의 지도자가 됐지만 선거 승리에 일등 공신인 야권연합 지도부를 품고 갈 만큼 양쪽이 긴밀한 관계는 아니라서 국정운영이 평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치러진 총선 개표 결과 야권연합 ‘희망연대(PH)’가 하원 222석의 과반인 113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반면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기존 131석보다 52석이나 적은 79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로써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줄곧 여당이었던 BN은 61년 만에 야당이 됐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10일 새벽 국왕 측으로부터 야권의 승리를 인정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우리는 복수를 하려는 게 아니라 법치를 회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 성격이 강한 최근의 선거구 개정 때문에 야권이 득표에서 앞서고도 여당에 패배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불리한 조건에도 야권이 승기를 잡은 것은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열망과 나집 라작 현 총리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집 총리는 2015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조원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여기에 집권여당이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6%의 재화용역세(GST)를 도입하고 석유보조금 등을 폐지해 서민의 생활비 부담이 커진 것도 인기 하락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15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았지만 마하티르 전 총리의 집권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패자로 낙인 찍힌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앙숙 관계였던 야권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마하티르 전 총리는 오는 6월 동성애 혐의로 투옥된 야권의 실질적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석방되면 적당한 시점에 총리직을 이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신을 불신했던 야권 지도자들과 힘을 합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선거 결과가 무역장벽에 따른 수출악화로 성장을 위협받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경제 불확실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야권연합의 공약이었던 6% GST 폐지가 실제로 단행되면 국가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GST가 철회되면 석유 수입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높이고 정부 수입 기반을 축소시켜 재무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