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댓글 여론조작 규명 열쇠 ‘킹크랩’ 서버자료 확보 난항

해외 업체에 기록 제출 요청했으나 받지 못해…정식 사법공조 절차 검토

경찰은 ‘드루킹’ 김모씨의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범행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킹크랩’ 서버 자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연합뉴스

‘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씨 일당의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범행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킹크랩’ 서버 자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IT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킹크랩 서버는 기사에 달린 댓글의 ‘공감’ 클릭수를 자동으로 올려주는 기능을 한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이 댓글 여론조작에 활용하기 위해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기능) 프로그램보다 작업 반복기능이 우월한 서버를 구축했고, 이에 ‘킹크랩’이라는 암호를 붙여 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업체에서 서버를 임대해 사용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킹크랩 서버 자료를 통해 드루킹 일당의 범행 규모와 가담자 수, 댓글 조작 기간 등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경찰은 해당 업체에 킹크랩 서버 관련 기록을 제출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지만 아직 업체로부터 자료 회신은 오지 않은 상태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기록 제출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킹크랩 서버 자료 확보에 애를 먹으면서 댓글 조작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 단서를 결국 못 찾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체의 협조를 얻어 서버 관련 기록을 받아내더라도 확보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데이터 삭제 등 증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업체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협조를 하려고 할 텐데 외국 업체의 경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것이 문제”라며 “지금도 서버 접근 권한을 가진 사람이 활동할 수 있다면 관련 기록을 삭제할 수 있고, 이런 기록들을 복구하는 작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IT업계 관계자 역시 “클라우드는 가장 보안이 탄탄한 장치 중 하나”라며 “업체로부터 협조가 있어야 기록 확보가 가능한데 외국 업체의 경우 협조가 되더라도 본사와 조율을 거치는 데에는 통상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찰은 서버 기록을 임의 제출형식으로 받기가 어려울 경우 정식으로 국가 간 사법공조 절차를 밟아 업체 본사에 관련 기록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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