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생산·투자가 조정을 받고 고용도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소비 증가와 세계 경제 개선에 힘입어 회복세는 이어진다고 판단했는데, ‘회복 흐름’이라는 문구를 최초 발표에는 뺐다가 다시 추가하며 혼란을 일으켰다.
기획재정부는 11일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1~2월 높은 기저효과 영향 등으로 광공업 생산·투자가 조정을 받은 가운데 소비는 증가세를 지속하며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위험요인으로는 높은 실업률 등 고용상황이 미흡한 점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을 꼽았다.
경기 개선세가 이어진다는 게 정부 판단이지만 각종 지표들은 하나같이 적신호다. 지난 3월 전산업 생산은 전달보다 1.2% 줄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각 7.8%, 4.5% 감소했고, 4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5% 줄며 18개월 만에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 고용 부진도 여전해 3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1만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2개월 연속 10만명대에 머물렀다. 청년실업률은 11.6%로 1년전보다 0.3%포인트 증가했다. 그나마 3월 소매판매가 2.7% 증가하며 선전했다. 4월에도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1년 전보다 1.3%, 카드 국내 승인액은 14.1% 늘어 소비는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부진한 지표가 많아서인지 정부는 최초 발표 때 지난달 그린북에 적혀있던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경기 판단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해석이 잇따랐고, 3시간 만에 해당 문구가 다시 추가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기재부가 매달 발간하는 그린북은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담는 만큼 높은 권위를 자랑하고 문구 하나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 때문에 정부의 신중하지 못한 처사로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