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레드 코헨(왼쪽) 구글 직쏘 최고경영자(CEO)와 김상헌 네이버 경영고문이 지난 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8’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송은석기자
구글 직쏘의 최고경영자(CEO)인 자레드 코헨은 디지털 기술의 보편적 확산이 남북 통합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9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서울포럼 2018’의 기조 강연자로 나선 코헨 대표는 이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가진 김상헌 네이버 경영고문과의 대담에서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지만 수십만의 북한 주민은 이미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며 “기술 발전이 가져올 남북 통합은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의 ‘핵심 전략가’와 판사 출신 기업인의 만남. 각자 다른 길을 걸어오다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과 IT라는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만난 이들은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약 한 시간에 걸쳐 열띤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학창 시절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과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 온라인 세계의 명암과 같은 민감한 주제까지 광범위한 현안을 아우르며 대담을 이어갔다.
△김 고문=직쏘는 기술로 더 안전한 세상을 구현하는 것, 온라인의 부당한 인권 침해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보통의 영리 회사들의 관심 분야와는 상당히 다른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코헨 대표=인터넷 세상에는 유해성이 분명 존재합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온라인의 ‘다크 코너(dark corner)’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와 폭력은 미래의 사회 문제로 비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기술을 통해 이러한 불완전성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일례로 구글은 현재 ‘악플’ 방지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댓글의 유해성을 수치로 측정해 폭력적인 댓글을 단 사람한테 토론 참여에 ‘페널티’를 가하는 방식입니다. 대화 자체를 막는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혁신 기술이 보다 건강한 온라인 생태계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고문=한국의 유능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보면 정작 학창 시절에는 공부도 안 하고 딴짓만 일삼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당신은 스탠퍼드대와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한 수재인데 어떻게 특별한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까. 미국과 영국 교육의 힘인가요.(웃음)
△코헨 대표=내가 다닌 학교들은 전통적인 커리큘럼과 진보적이고 도전적인 커리큘럼을 적절히 조합한 교육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자신을 성찰하고 돌아보면서 창의성을 키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두 자녀에게도 늘 강조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덧셈·뺄셈·나누기’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어떤 일에 열정을 느낄 수 있는지 고민하라고 말입니다.
△김 고문=최근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반도에 봄이 온 듯 훈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과 함께 북한을 다녀오기도 했지요. 기술의 발전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코헨 대표=북한은 끔찍한 전체주의 국가이고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입니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자유로운 기술 사용을 완전히 통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수십만명의 주민이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고 3G가 잘 안 터져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접속을 위해 중국 국경까지 이동하고는 한다는 얘기까지 들려옵니다. 남한과 북한은 체제가 다르고 그 사이에 비무장지대(DMZ)가 가로놓여 있습니다. 통일될 때까지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기술 확산이 남북 통합을 앞당길 것이라고 낙관합니다. 기술 덕분에 모든 게 가능해지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김 고문=마지막 질문입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기술은 미국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이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고, 특히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을 추월한 상황입니다. 미국이 당분간은 기술 패권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얼마 안 가 중국에 기술적 우위를 넘겨주게 될까요.
△코헨 대표=중국은 생동감 넘치고 멋진 기술 생태계를 보유한 나라로 성장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AI 기술을 갖고 있기도 하고요. 기술 패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보다는 미국과 중국이 협업해서 더 많은 성과를 일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와 생명공학, 교통과 의학 등 수많은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이 힘을 합치면 인류가 깜짝 놀랄 만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나윤석·권용민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