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방송되는 KBS1 ‘다큐공감’에서는 ‘노부부의 바다 끝’ 편이 전파를 탄다.
팔 십 평생 떼배를 타고 인생이란 바다를 헤쳐온 노부부의 바다 끝 사랑.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갈남항.오동나무로 지은 떼배를 타고 거센 파도, 험한 물길을 헤치는 노부부가 있다. 김강수(86), 김정옥(81) 부부. 아내는 장대로 길을 잡고 남편은 노를 저어가며 물고기며 톳을 거둔다. 하얗게 쇠어버린 머리, 주름진 얼굴, 둔해진 몸. 그 떼배 위에서 청춘은 가버렸지만 60년 깊어진 아련한 사랑은 남았다.
생계 앞에서,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라는 이름 앞에서 차마 꺼내보지 못했던 ‘한 남자와 여자’로서 노부부의 진짜배기 사랑과 인생을 ‘노래 다큐’라는 형식에 담는다. 가수 최백호의 노래 ‘바다 끝’, ‘눈물샘’, ‘지나간다’, ‘길’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의 잔잔한 감동을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 노부부의 떼배 인생
삼척시 원덕읍 갈남항에 사는 김강수, 김정옥 부부.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의 이들에겐 누구네 자가용 부럽지 않은 배가 있다. 10년에 한 번씩 오동나무를 엮어 직접 만드는 떼배다. 두 사람 몸을 싣고 물고기며 톳을 욕심내지 않고 올리면 딱 맞는 아담한 크기의 이 떼배를 타고 두 사람은 바다를 오가며 2남 2녀를 키워냈다. 남편은 노를 젓고 아내는 바위에 올라 톳을 베고 고기를 거두고.. 망망한 바다 위 조각배에 의지한 삶이었지만 손발 척척 맞는 동반자가 있어 든든했던 지난 60년이었다.
‘먼 아주 멀리 있는 저 바다 끝보다 까마득한 그곳에 태양처럼 뜨겁던 내 사랑을 두고 오자/푸른 바람만 부는 만남도 이별도 의미 없는 그곳에 구름처럼 무심한 네 맘을 놓아주자/아름다웠던 나의 모든 노을빛 추억들이 저 바다에 잠겨 어두워지면 난 우리를 몰라’
- ‘바다 끝’ 최백호
▲ 장난꾸러기 아내와 무뚝뚝한 남편의 환상궁합
귀가 잘 안 들리는 할아버지는 말수 적은 무뚝뚝한 강원도 남자. 그런 할아버지를 시시때때로 웃기고 녹이는 할머니는 동네에 소문난 흥 부자다. 글은 모르지만 텔레비전에서 서너번 들은 노래는 모조리 외운다. 노를 더 힘차게 저어라 지금 방향을 바꿔라.. 배 위에서 티격태격 하다가도 할머니의 노래 한 자락, 장난 한 번이면 사르르 녹고 마는 할아버지의 마음.. 몸은 80이지만 마음은 20대와 다르지 않다.
▲ 나이 들어감. 그 서글픔을 지켜봐주고 보듬어주는 사람
젊었을 땐 오징어 배를 타고 울릉도와 독도, 동해를 누볐던 할아버지. 이제는 늙고 기운 빠져 떼배 한 척 내 마음대로 감당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서글프다. 나날이 쇠약해져가는 할아버지를 보는 할머니는 냉장고에 물병을 꽂아두는 작은 일에서부터 할아버지를 가르치려든다. 행여 자신이 먼저 떠나더라도 할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청춘은 기억에 선한데 시간은 붙잡을 길 없이 흘러와 버렸다. 나이 들어감. 그 서글픔을 바로 옆자리에서 바라보고 안아주는 80대 노부부의 ‘바다 끝 사랑’이다.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납니다/저기 떨어지는 노을 바라보다/아무 마음 없이 먹먹해집니다/그저 강물 위에 나룻배 하나/세월이 가도 사람이 가도/그냥 그런 줄 알았는데/어느 날 문득 가슴 한구석에/눈물샘 하나 고였나 봅니다‘
- ‘눈물샘’ 최백호
▲ 한 날 한시에 떠나고 싶은 마지막 소망
“아프지 말고 그냥 저냥 이래 살다가 가는 거지 뭐. 한 날에 같이 가야 하는데, 아까운거 내버리고 가면 어케. 할바이 아까워.”
바다에서든 밭에서든 두 사람은 붙어있다. 할머니 옆에 꼭 붙어서 지켜보다 묵묵히 뒤치다꺼리를 하고 작은 부탁도 한 번 싫은 내색 없이 들어주는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가 있어 할머니는 참 든든하다.
나물을 뜯고 해초를 튀겨 할아버지를 위해 한 가지 반찬이라도 더 만드는 할머니, 할머니가 노래 부르면 옆에서 빙긋이 웃는 할아버지. 노부부의 소원은 이제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고 한 날 한시에 떠나는 뿐이다.
‘한참을 돌아봤소 내 오른 길을/가쁘진 않았지만 난 후회 없소/탈도 많고 말도 많던 내 길/그 누구를 탓하겠소/쉬오던 바윗돌 그늘 준 가지/모든게 정말 고맙소/모든게 참 당신 같소/참 고맙소’
- ‘길’ 최백호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