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복수노조 중 한곳만 사무실 제공은 위법"

노조 게시판 크기 차별도 위법 판단

회사가 복수의 노동조합 중 한 곳에만 사무실을 제공한 것은 차별대우에 해당해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A사와 제1노조, 제2노조가 각각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A사에는 한국노총 산하의 기업별 노동조합(1노조)이 운영되다가 지난 2014년 민주노총 산하 산업별 노동조합(2노조)이 설립되면서 복수노조 체제가 됐다. 1노조에는 조합원 약 4,000명이, 2노조에는 약 300명이 가입돼 있다.


법적 다툼은 소수 노조인 2노조 측에서 “2노조만 노조 사무실과 게시판을 제공받지 못했다”고 중앙노동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1노조는 2016년 교섭대표노조로 회사와 협상을 벌여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1노조에만 사무실을 마련해주고 1노조의 노조원 공지용 게시판을 2노조 게시판보다 4배 큰 것으로 제공했다.

노동조합법은 회사에 복수의 노조가 존재할 경우 다수 조합원 노조와 소수 조합원 노조를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공정대표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노조에 사무실을 주지 않은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지만 동일한 게시판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노조 사무실 미제공과 게시판 크기 차별 모두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먼저 사무실 제공과 관련해 “공정대표의무에 따라 회사와 교섭대표노조는 소수 노조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며 “노조 활동의 필수 요소인 사무실을 소수 노조에도 적절히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조 게시판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게시판을 제공할 의무는 없지만 1노조에 게시판을 제공한 이상 2노조에도 불합리한 차별 없이 게시판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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