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 vs 한투 vs KB…다시 고개드는 발행어음 인가 경쟁

한투, 발행어음 1.7조 판매에
NH "올 1.5조 확보할 것" 맞불
KB도 내달 발행어음 인가 신청


발행어음 업무를 놓고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경쟁이 재개될 전망이다. 이르면 다음달 초 NH투자증권(005940)이 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한국투자증권과 경쟁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상반기 중 인가를 신청할 계획인 KB증권은 그에 앞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자산 규모 늘리기에 나섰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은 오는 23일 NH투자증권 발행어음 인가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당초 1월께 안건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채용비리와 지주회사 지배구조 등 내홍을 겪어 미뤄졌다.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경우 자기자본의 200%인 9조2,000억원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NH증권 고위 관계자는 “올해 내로 기업대출(론), 사모사채 등으로 1조5,000억원을 확보할 것”이라며 “자금을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등 증권사를 통한 직접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이 60% 이상으로 은행을 통한 대출 등 간접금융보다 많다. 반면 국내에는 은행 대출 등이 60% 이상이어서 증권사의 잠재 고객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초대형 IB의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이 된 발행어음은 회사채보다 발행 절차가 간단하다. 투자자 입장에서 발행어음은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증권사의 신용 상품이라 부실 가능성은 높지 않고 일반적인 기업어음(CP) 보다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지난해 11월 말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해 이틀 만에 ‘퍼스트 발행어음’이 5,000억원 가량 팔리며 흥행을 보였다. 1년 만기 발행어음의 수익률이 연 2.3%로 평균 1년 CMA 상품의 금리인 1.35% 수준보다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한투증권은 원리금 보장, 투자처 비율 조정 등에 부담을 느껴 판매를 잠정 중단(소프트클로징)했다가 이후 판매를 재개해 현재 1조7,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호 한투증권 사장은 올해 4조원, 내년 6조원, 2020년까지 8조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KB증권도 이르면 6월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최근 CMA 계좌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6개월간 2.5%의 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발행어음 출시에 앞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발행사 입장에서 금리에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높은 발행금리를 맞추기 위해서는 A급 회사채보다 낮은 등급의 회사채 투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발행사들은 역마진 리스크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며 투자자에게 2% 초중반의 발행어음 금리는 매력이 떨어지는 점도 증권사들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시진·임세원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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