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AEA 전문가 초청 안해...북미회담 협상력 높이기

■풍계리 핵실험장 공개폐쇄
전문가 참석땐 정보노출 등 우려
'핵능력 검증' 회담이후로 미루기

북한이 지난 12일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를 발표했지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에 이르기까지는 남은 과제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이번 폐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핵 전문가를 초청하지 않은데다 미국은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의 국외 반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후 북한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부(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핵실험장 폐쇄 현장에 유엔이 함께해 폐기를 확인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이 12일 발표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일정에 ‘전문가 초청’ 언급은 없었다. 이는 북한의 핵 능력 검증을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미뤄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 전문가가 참석할 경우 핵 능력 검증에 초점이 맞춰져 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전문가를 참여시키려면 여러 절차에 따라 늦어질 수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투명하게 일을 진척시키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사정거리에 있는 일본의 언론을 폐쇄 행사에 초청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북한이 일본과 아직 공식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CVID의 핵심인 핵탄두·핵물질·ICBM의 상당 부분의 해외 반출을 대북제재 완화의 조건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미가 이런 입장을 교환한 뒤에도 ‘만족스러운 합의’를 했다고 표현하면서 핵 반출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인 정연두 북핵외교기획단장은 14~15일 오스트리아의 IAEA를 방문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IAEA의 역할 등을 협의한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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