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첫 행보는 '적폐청산'

나집 전 총리에 출금·압수수색
취임하자마자 부패 수사 재개
44년만에 중국계 재무장관 선임도

말레이시아판 ‘적폐청산’ 대상으로 전락한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 /쿠알라룸푸르=AFP연합뉴스

대규모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아온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난 9일(현지시간) 총선 패배 이후 출국 금지에 이어 압수수색까지 받으며 하루아침에 ‘적폐 청산’ 대상으로 추락했다. 한때 나집 전 총리의 멘토였던 마하티르 모하맛 신임 총리가 취임과 동시에 부패 수사 재개에 시동을 걸며 이전 정권의 적폐 청산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와 함께 44년 만에 중국계 재무장관을 선임하는 등 새 정부 각료들을 임명하며 새 정부 출발을 알렸다.

12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날 오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있는 나집 전 총리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적으로 반출된 정부 문서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며 “정부는 민감하고 중요한 자료가 국외로 반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말레이시아 이민당국은 이날 오전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타려던 나집 전 총리 부부를 출국 금지했다.


나집 전 총리는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최대 60억달러의 나랏돈을 국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본인이 직접 출국금지 조치를 지시했다면서 “본국송환 등의 문제를 겪어서는 안 되는 만큼 신속히 행동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15년 만에 정계에 복귀한 마하티르 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이전 정권의 적폐 청산에 착수하는 한편 이날 재무·국방·내무장관 등 핵심 각료 3명을 임명했다. 특히 이번 인선에서는 1974년 이후 44년 만에 중국계 재무장관이 선임돼 주목됐다. 마하티르 총리는 1차 집권 당시 말레이시아 민족 우선정책을 펼쳐 중국계와 인도계 등 소수민족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림관웅 신임 재무장관은 중국 이민자들이 집성촌을 이룬 페낭주에서 10년간 수석장관을 지낸 인물로 새 정부에서 전면적인 경제개혁을 주도하고 정치변화로 인한 시장의 발작을 잠재우는 등의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KRA그룹의 아미르 파리드 라힘 애널리스트는 “장관 3인의 임명은 재화용역세(GST) 폐지와 이민자 문제 등 마하티르 정부의 핵심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또 새 정부의 경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2000년부터 16년간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를 맡았던 제티 아크타르 아지즈를 고문으로 선임했다. 총리는 남은 7개 장관을 포함해 내각 구성원 25명을 2~3주 내 발표할 계획이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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