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시민들이 건국 70주년을 하루 앞둔 13일(현지시간) 거리 행진을 펼치고 있다. /예루살렘=신화연합뉴스
미국이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다. 미국 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후속 조치로 대사관까지 종교 성지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날 오후 4시께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맞아 예루살렘 남부의 아르노나(Arnona)에 있던 기존 미국영사관에서 미국대사관 개관식을 연다.
개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등 800여 명이 참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지만 개관식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며 주이스라엘 대사관의 이전을 지시한 바 있다. 지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미국의 대사관은 텔아비브에 위치해왔다.
미국대사관 이전이 세계 정세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스라엘에 있는 외국대사관 대부분은 예루살렘이 아니라 텔아비브에 자리를 잡고 있다. 예루살렘을 어느 국가에 속하지 않는 도시로 규정한 유엔 결의안과 국제법을 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공동 성지로 꼽히고 유엔은 1947년 11월 예루살렘의 종교적 특수성을 감안해 국제사회 관할 지역으로 규정한 바 있다.
친미국가들은 이미 미국을 따라 대사관 이전을 공언한 상태다. 과테말라와 파라과이는 이달 말까지 각각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예정이다.
이같은 연쇄 이전은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부를 전망이다. 지난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예루살렘 선언’ 이후 아랍국가들은 예루살렘 대사관이 국제법에 위반한다고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도 미래의 자국 수도가 동예루살렘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을 위한 평화협상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로 인한 유혈사태도 확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