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북한전문가 초청강연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태영호(사진)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14일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개혁개방 정책은 중국이나 베트남 모델이 아닌 ‘개성식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개성식 모델은 개성공단처럼 외부의 정보 유입을 차단하고 제한된 구역 안에서만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단절형 개혁개방 모델을 말한다.
태 전 공사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북한전문가 초청강연에 참석해 “북한은 개성공단 10년 운영을 통해 개성 주민들에 대한 정보 유입 차단과 제한된 접촉 교류, 주민 통제 강화로 (북한에서) 정치조직들이 회복되고 질서와 치안이 좋아졌다는 사실을 학습하게 됐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특히 중국과 베트남 개혁개방의 핵심은 사상 해방인데 북한에서 이는 김정은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베트남이나 중국이나 사상 해방을 먼저하고 경제개혁을 시작했다”며 “북한에서 사상 해방은 김정은의 세습통치·절대권력에 대한 해방이라 사상혁명을 하면 북한 체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개성식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선관광 후경제특구로 나아가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이 원산의 국제관광도시 개발을 지휘하고 있다. 원산만 일대를 관광구역으로 지정하고 호텔과 카지노까지 짓고 있다”며 “원산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체제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주민 감시·처형을 강화하면 주민 통제가 더 수월하다”고 평가했다.
태 전 공사는 곧 있을 6·12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방식인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충분한(Sufficient) 비핵화(SVID)’가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그는 “북미 회담은 결국 북한이 정치구조 체제를 허물면 안 된다는 사전 담보를 받고 나온 것”이라며 “CVID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핵 시설에 대한) 강제 사찰 무작위 접근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곧 김정은 권위의 붕괴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미 회담은 완전한 핵 폐기가 아니라 핵 위협을 대폭 감소시키는 SVID로 갈 가능성이 높아 (북한은) 비핵국가로 포장된 핵보유국으로 갈 것”이라며 “지난 1992년 2월 발효된 남북 비핵화 선언과 유사한 타협적 절충적 선언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4·27 남북 정상회담 후 쏟아지는 장밋빛 전망과 관련해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는 허상인 만큼 2~3년 내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 ‘핵무장론’이 대두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는 “2~3년 내로 핵 폐기와 관련해 대한민국 국민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면 대한민국 핵무장 목소리가 되레 높아질 것”이라며 “우리도 핵을 가지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