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멈추기 위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의인이 새 차를 받는다.

14일 현대자동차 그룹은 선행의 주인공 한영탁(46·크레인기사) 씨에게 신형 차량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인천경찰청 고순대에 따르면 12일 오전 11시 30분께 경기도 화성시 제2 서해안고속도로 평택 기점 12.5km 지점에서 코란도 스포츠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1.5㎞나 주행했다. 한 씨는 이를 발견하고 차량을 멈추기 위해 자신의 투스카니 차량으로 앞질러 고의 교통사고를 냈다. 그는 “경적을 울렸는데도 앞에 가던 코란도 승용차가 멈추질 않았다”며 “옆을 지나치며 살펴보니 운전자가 운전석 옆 팔걸이 쪽으로 쓰러져 있어 다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씨의 선행은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으로 고스란히 찍혔고,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널리 퍼졌다. 그의 차량인 투스카니를 생산한 현대자동차 그룹은 차량 수리비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한 씨로부터 “크게 망가진 상태가 아니라 괜찮다”는 답변을 받았다. 현대차는 아예 올해 출시된 2,000만원 상당의 신형 밸로스터 차량을 지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좋은 일을 하다가 의인의 차량이 파손된 사실을 접하고 최초에는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로 했다”며 ‘경미한 파손’이라며 도움을 거절하시는 모습에 또 감동 받아 회사 차원에서 새 차를 지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 역시 한 씨를 형사 입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12 신고가 접수돼 정식 사고조사는 진행 중이지만, 사고를 낸 경위를 고려해 내사 종결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당 차량을 멈추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낸 경우”라며 “일반적인 교통사고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50대 코란도 운전자 A씨는 사고 전날 과로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하다 잠시 의식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큰 부상 없이 건강을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