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갑질?...다산신도시 택배대란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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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갑질?… 다산신도시 아파트 택배대란이 남긴 것

다산신도시 아파트단지 진입로, 지상 주차장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택배 더미들. 아파트 주민들과 택배사의 갈등으로 집집마다 배달돼야 할 택배물량이 단지 앞에 쌓인 모습이 언론과 SNS를 통해 알려지자 택배논란은 순식간에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차 없는 아파트단지의 안전을 위해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진입을 막는 주민들과 차량 진입 없이 카트와 수레로 걸어서 택배 물량을 배달할 수 없다는 택배사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확산됐다. 정부가 중재에 나서며 실버택배 등의 해법을 제시했지만 “아파트 주민의 집단이기주의다” “특정 아파트주민들을 위해 세금을 왜 써야하느냐”라는 여론의 역풍에 금세 백지화로 돌아서 버렸다. 특히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내세운 아파트 단지 측의 입장은 또 하나의 갑질로 인식됐고 네티즌의 공분을 사며 청와대 국민청원도 단기간에 2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일단 사태는 잦아들었지만 아직도 완전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차 없는 아파트단지들이 속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상생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택배사 배짱영업” vs “아파트주민 갑질”


다산신도시의 한 단지에서 택배차량이 후진하면서 어린아이와 엄마를 보지 못해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났다. 주민과 관리사무소측은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통해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통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업계 1위의 택배사는 지하주차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저상차량으로의 교체와 카트와 수레를 이용한 도보배송도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택배물량을 단지 진입로에 쌓아놓고 주민들이 직접 찾아가라며 맞섰다. 택배사와 아파트 주민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배짱영업’이냐 ‘갑질’이냐 논란도 갈수록 커졌다. 이런 상황서 아파트단지의 공고문에 ‘최고의 품격과 가치’라는 문구가 ‘차 없는 단지’라는 차별화로 아파트 가격을 높이려는 집단이기주의로 몰리며 인터넷 상에서 공분이 확산됐다. 신문에서도 ‘갑질’이라는 제목이 많이 등장했고 상대적으로 약자인 택배노동자에게 또 다른 갑질을 행사하는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아파트입주민’이라는 방향으로 보도가 이뤄졌다고 보인다.

과연 아파트주민의 갑질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게 올바른 방향이었을까.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게 규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고의 품격과 가치’라는 문구는 다른 공고문에서도 관용적으로 쓰던 문구라는 것이다. 아파트주민측은 “택배사가 차량 개조비용을 주민측이 내지 않으면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에게 부담시키겠다고 한다”면서 “택배사가 비용지원을 한 푼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인터넷상에서 급속하게 확산된 입주민 갑질에 대한 공분’에 대해 일부에선 음모론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큰 이슈가 생겼을 때나 선거 때마다 어마어마한 댓글이 쏟아지고 실제로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댓글조작 사건이 수시로 일어나고 관련 논란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 속에서 인터넷 여론이 과연 실제 여론의 방향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번 ‘다산신도시 택배대란’도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는 건 왜 일까.

“전국에 제2, 제3의 다산신도시”… 택배전쟁 해법 마련 시급하다

사회학의 용어에 ‘문화지체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문화변동과정에서 물질문화는 발명과 전파의 과정을 통해 빠르고 쉽게 발전하는 반면에 비물질문화는 제도, 관념, 의식, 가치관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발전하지 못해 물질문화의 변동이 앞서나가고 비물질문화의 변동이 상대적으로 지체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 발전하는 기술과 사회에 비해 법, 제도, 의식의 변화가 느려 발생하는 문제가 이번 택배대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보인다. 신문들은 ‘이미 전국에 제2, 제3의 다산신도시가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차 없는 단지’ 등 아파트 건축기술과 단지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택배물량이 급증하는 등 사회도 달라지고 있지만 주변 환경과 우리의 인식, 의식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늦어지는 탓에 전국 곳곳에서 택배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다산신도시 택배대란은 이런 충돌이 표면으로 드러나며 사회이슈로 부상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아파트건설 트렌드 속에서 물류환경에 걸맞게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층고 상향 등 건축법을 비롯한 제도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 ‘인터넷 여론’의 반대로 다산신도시에 도입이 좌절된 실버택배의 확대로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택배 노동자 지원, 택배운임의 현실화 등 산업 전반의 상생 마인드도 절실한 때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지하주차장의 층고 상향과 실버택배의 적절한 활용, 확대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니 서둘러 해결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이정법기자 gb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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