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수제맥주協 빠지는 OB·롯데

"독립성·소규모 특성 맞아야"
총회서 자격기준 강화 합의
핸드앤몰트·클라우드비어
국내생산 적은 더부스 제외

글로벌 주류 업체 AB인베브가 인수한 ‘핸드앤몰트’와 롯데주류가 소유하고 있는 ‘클라우드비어스테이션’ 등 대기업이 소유한 수제 맥주 업체가 ‘수제맥주협회’에서 제외됐다. 주류 대기업을 회원사로 인정하는 것은 독립성·소규모 등이 특징인 수제 맥주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최근 총회를 열어 협회 회원 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에 합의하고 즉시 적용하기로 했다. 새롭게 생긴 자격 기준은 독립성과 지역성, 소규모 제조 등 수제 맥주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대기업 주류 회사의 지분이 33% 미만인 곳만 회원사로 인정키로 했다. 대기업 주류 회사의 기준은 주류 매출액 기준으로 연 800억 원 이상인 곳이다. 새로운 기준에 따라 OB맥주의 모회사인 글로벌 주류 기업 AB인베브가 최근 지분 100%를 인수한 ‘핸드앤몰트’와 롯데주류가 운영하는 ‘클라우드비어스테이션’이 회원사에서 제외됐다. 단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수제 맥주 브루어리 겸 펍 ‘데블스도어’는 모회사의 주류 매출이 대기업 기준에 미달해 회원사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대기업이 주인은 아니지만 지역성 기준으로 회원사에서 이름이 빠진 곳도 있다.

새로운 기준에 따르면 제품의 80%를 국내에서 생산해야 회원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국민IPA’라는 별칭을 가진 ‘대강페일에일’을 제조하는 ‘더부스’도 회원사에서 제외된다. 더부스는 ‘한국 맥주가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는 내용의 칼럼으로 유명세를 탄 이코노미스트 기자 출신 다니엘 튜더가 공동 창업자로 참여한 업체로도 유명하다. 현재 더부스는 경기도 판교와 미국 캘리포니아 두 곳에 양조장을 두고 있으나 제품 대부분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제조한다. 수제맥주협회는 이 외에도 연간 생산량을 1만㎘ 이하인 곳만 회원사로 인정하기로 했다.

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협회 회원사에만 발급하는 수제 맥주 마크를 만들어 협회 차원에서 홍보하는 사례도 있다”며 “한국수제맥주협회도 유사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앞으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수제 맥주를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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