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MSCI EM) 편입 종목이 확정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 사이에서는 팍스콘을 비롯한 대형 블루칩 기업들의 중국 상장 러시가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신흥국 시장에서 중국이 외국인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6%(1.6포인트) 하락한 2,476.11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코스피 지수 하락을 초래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98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달 들어 11일 하루를 제외하고 매 거래일 ‘팔자세’를 기록 중이다. 월별로 보아도 외국인은 올해 들어 지난 1월(2조1,101억원 순매수) 이후 매달 매도세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 A주가 MSCI EM 지수에 편입된 것이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새벽 MSCI는 반기 리밸런싱을 통해 MSCI EM 지수에 편입되는 중국 A주 종목들을 발표했다. A주 가운데 5% 비중에 달하는 종목들이 편입될 예정인데 6월1일에 2.5%포인트가 먼저 편입되고 나머지 2.5%포인트는 9월3일에 편입될 예정이다. MSCI EM 내 중국 증시 비중 확대로 인해 한국 투자 규모 축소도 불가피하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현재 MSCI EM 내에서 15.61%를 차지하는 국내 증시 비중은 6월 15.53%, 9월 15.46%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 2,000억달러 규모의 MSCI EM 지수 추종 자금과 최근 환율 수준을 감안할 경우 국내 증시에서 패시브 자금 유출로만 3,200억원가량의 외국인 수급 이탈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신흥국 시장 내 외국인들의 중국 증시 집중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초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해외상장 기업의 A주 발행 및 유니콘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가속화될 경우 중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MSCI EM의 대표주자로 커온 국내 증시에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증시에서는 대만 대표 전자기업 팍스콘이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는 등 대형 기업들의 IPO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MSCI EM 내 중국 A주 비중 확대에 따른 피해 업종은 국내 증시 대표주인 반도체보다 금융업종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A주 내 은행(34%), 증권·보험(15%) 등의 높은 업종 비중을 고려했을 때 국내 증시 업종 파장은 정보기술(IT)·자동차보다 대형 금융주에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실적이 중국 A주로 인한 국내 증시 쇼크의 희비를 가를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자금 이탈에도 불구하고 한국·중국 상대 밸류에이션, 한국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 등이 관련 파장을 완충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