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지방·혈당 높으면 현미밥도 줄이고 과일 끊으라"

■김효수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장
高탄수화물 식생활 高혈당·중성지방 불러
야채 많이 먹고 고기는 살코기·생선으로
당뇨·콩팥병, 스텐트 시술, 심뇌혈관질환자
LDL콜레스테롤 55㎎/㎗ 미만으로 관리해야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혈중 콜레스테롤·중성지방 수치가 높아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반 이상 막힌 모형을 보여주며 혈관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

“높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려고 고기를 피하고 건강에 좋다며 현미밥·과일 등을 많이 먹는 분들이 있는데 중성지방과 혈당을 높이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이죠.”

김효수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1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현미밥도 탄수화물이 많기는 마찬가지”라면서 “고기·탄수화물·과일을 적게 먹고 나물·아채를 많이 먹는 게 성인 건강관리의 핵심적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혈중 콜레스테롤 때문에 큰 고생을 하는 사람이 미국 등 서구보다 훨씬 적다. 그보다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생활 때문에 중성지방·혈당이 높은 사람이 많은 게 문제다.

그는 혈당 등이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과일, 뿌리에 당분이 많은 당근, 탄수화물 덩어리인 주먹밥·김밥·초밥·면류·감자·고구마·밤·감 등을 먹지 말라”고 충고한다. 밥알을 세가면서 먹을 정도로 적게 먹으라는 것을 강조한 표현이다. 대신 소·돼지·닭의 살코기, 생선류, 우유와 나물·무·배추·오이 등 섭취를 권했다.

또 “주요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계 약물의 경우 효과가 뛰어나지만 근육에서 혈당 사용량을 줄여 혈당이 올라가는 문제가 있다”며 과일을 먹지 말 것을 권고했다.


최근 혈당 수치가 엄청나게 치솟은 환자의 얘기도 꺼냈다. “이유를 알아보니 TV홈쇼핑에서 한약처럼 짙은 색깔의 양파즙을 3개월쯤 먹은 게 원인이었다”며 “양파즙만 달인 경우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비만이 매우 심한 경우가 아니면 웬만큼 만족스런 식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약으로 목표지점까지 관리할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 환자라면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70㎎/㎗ 미만으로 관리하면 된다.

하지만 당뇨병이 있거나, 콩팥이 나쁘거나,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고지혈증 가족력이 있다면 55㎎/㎗ 미만으로 훨씬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남자는 55세, 여자는 65세 미만이면서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등이 좁아져 이미 스텐트 시술을 받았거나 스텐트가 다시 막힌 사람도 마찬가지다.

성인의 최대 적은 복부비만(허리둘레 남자 90㎝·여자 85㎝ 이상). 지방세포가 커지고 염증을 일으켜 나쁜 물질들이 혈관벽에 들러붙고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먹통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복부비만이면서 운동을 안 하면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동맥경화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다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복부비만이라도 고혈압·당뇨병은 경증일 수 있다”며 뱃살 빼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한고혈압학회·대한당뇨병학회·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혈중 콜레스테롤 또는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질환)·고혈압·당뇨병 등 3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고 진단받은 성인은 각각 1,079만명, 892만명, 428만명에 이른다. ‘혈관 건강의 적’인 3대 만성질환으로 한 번이라도 치료(약 처방)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동일인 기준 지난 2006년 622만명에서 2016년 1,127만명으로 81% 늘어났다. 국민 5명 중 1명꼴이다. 세 질환을 동시에 앓는 환자도 같은 기간 34만명에서 141만명으로 311%나 증가했다. 이상지질혈증·고혈압·당뇨병 환자 8명 중 1명, 전체 국민의 2.7%가 3대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셈이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둘 다 안 좋은 환자가 3분의1씩 차지한다”며 “특히 고탄수화물 식사로 중성지방 농도가 높아 죽상동맥경화증 위험이 큰 인구가 많기 때문에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농도를 함께 낮춰주는 약물을 써야 하는 경우가 서양보다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0~40대 연령층은 콜레스테롤 관리에 매우 소홀하다”며 “증상이 심할 경우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죽상동맥경화증·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기에 꾸준한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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