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동부 퀸즐랜드주의 대표도시 브리즈번에서 비행기로 1시간. 원시림처럼 빽빽한 숲 위를 날아가면 크고 작은 섬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항구도시 글래드스톤이 나온다. 이곳에서 다시 배를 타고 30분가량 갔을까. 잔잔한 수평선 끝 작은 섬 커티스아일랜드에 거대한 석쇠처럼 생긴 액화공장과 높은 굴뚝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는 세계 최초로 석탄에서 가스를 뽑아내 액화하는 글래드스톤액화천연가스(GLNG) 프로젝트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010년부터 GLNG 지분 15%를 확보해 사업에 참여해왔다.
GLNG는 우리와 관계가 깊다. 지난해 국내 LNG 소비량(3,216만톤)의 8%가 GLNG에서 나왔다. 가스공사는 내년부터 LNG 300만톤을 이곳에서 들여온다. 오는 2026년에는 반입 규모가 국내 소비의 약 11%인 350만톤에 달할 예정이다. GLNG 전체 생산량(780만톤)의 44%에 육박하는 수치다. 로드 듀크 GLNG 프로젝트 최고경영자(CEO)는 “GLNG는 경쟁사 대비 최고 수준의 비용 경쟁력을 가졌다”고 자신했다.
호주에서 ‘퀸즐랜드주의 자랑’으로 불리는 GLNG 프로젝트지만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다. 가스공사의 투자비 회수가 예정보다 늦어진 탓이다. 지난해 4·4분기부터 투자비를 회수하기 시작해 2033년까지 총투자비 4조원 전액을 거둬들일 예정이지만 한번 찍힌 부실의 ‘낙인’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퀸즐랜드 주정부의 앤서니 라이넘 자원·광물·에너지장관은 한국 해외자원개발혁신 태스크포스(TF)가 매각을 저울질한다는 얘기에 “이해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브리즈번·커티스아일랜드=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