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우리은행의 정부 잔여지분 매각을 놓고 ‘선(先) 지주사 전환, 후(後) 정부 잔여지분 매각’으로 가닥을 잡았다.
15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및 잔여지분 매각 안건을 상정, 이 같은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권 교체와 채용비리 등으로 주춤했던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작업이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주사 전환이 임박한 상황에서 잔여지분 매각 시점을 정하는 건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에 해당 될 소지가 있다는 논리로 선 지주사 전환, 후 정부 잔여지분 매각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정부 잔여지분을 팔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이 과점주주 체제로 바뀌어도 정부가 잔여지분을 보유한 현 구도에서 일자리 창출이나 생산적·포용적 금융 등과 같은 정책 추진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콜옵션 2.97%를 제외하면 정부의 잔여지분은 18.4%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정부 잔여지분을 매각한 뒤 지주사 전환으로 우리은행 주가가 오르면 책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당국이 눈치를 보느라 선 지주사 전환이라는 타임테이블을 제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주가는 생명력이 있어 구매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민영화를 천명했는데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과점주주들도 엑시트(출구전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과점주주들은 선 지주사 전환 후 잔여지분 매각을 하더라도 정부 지분율을 한 자릿수로 낮춰 민영화에 대한 의지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이 ‘정부 리스크’로 우리은행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 지분을 한 자릿수로 줄이고 예금보험공사에서 파견하는 비상임이사가 이사회에서 제외되도록 해 정부 입김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느끼기에 민영화에 대한 확실한 유인 측면이 없기에 주식 매입에 소극적인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만나도 정부 규제가 심하고 민영화를 진짜 할 것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은행 외국인 주주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7.21%로 70%에 육박하는 타 금융지주보다 현저히 낮은 편이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중 지주사 전환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을 할 전망이다. 과거 지주사 전환 경험이 있어 기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심의와 본인가, 주주총회, 상장 등 6개월의 절차를 감안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지주사 전환에 대비해 자산운용과 부동산신탁 회사 등 인수합병(M&A)도 타진하고 있다. 1·4분기 깜짝 실적을 이끈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주가 부양을 위해 이달 말 취임 후 처음으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해외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영국 런던 등 유럽 지역 IR도 계획하고 있다. 손 행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올해가 지주사 전환의 적기”라며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1등 종합금융그룹을 물려주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원·김기혁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