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투자유치에 적극적인 호주 퀸즐랜드주는 액화플랜트 부지로 커티스아일랜드를 통째로 내줬다. 한국가스공사의 글래드스톤액화천연가스(GLNG) 플랜트 옆에는 거의 똑같은 모양의 공장 2개가 나란히 서 있다. 호주·미국·중국 기업이 공동투자한 ‘오스트레일리아퍼시픽액화천연가스(APLNG)’ 프로젝트와 석유 메이저 쉘, 중국·일본 기업이 참여한 ‘퀸즐랜드커티스액화천연가스(QCLNG)’ 프로젝트 공장이다. 지난 2011년부터 GLNG 프로젝트를 비롯한 3개 사업의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커티스아일랜드는 물론 글래드스톤도 빠르게 발전했다. 전용 비행기만 다니던 공항에는 호주 내 주요 도시와 글래드스톤을 연결하는 직항 노선이 생겼고 GLNG 프로젝트 관계자를 위한 항구도 새로 지어졌다.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의 앤서니 라이넘 광물·자원·에너지 장관은 “가스산업으로 창출된 일자리가 퀸즐랜드주에서만 6만개”라며 “가스산업은 퀸즐랜드주의 경제와 번영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이 중 GLNG 플랜트는 165만2,892㎡(약 50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한눈에 다 담기도 어려울 만큼 거대한 철골구조는 정교하고 복잡하게 연결된 파이프라인, 밸브 등으로 단단히 짜여 있다. 육지 안쪽 가스전에서 뽑아낸 가스가 420㎞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거쳐 이곳 액화플랜트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액화 공정이 시작된다.
플랜트는 대형 여객기 ‘보잉 737기’의 엔진으로 들어가는 거대한 터빈 6개가 돌리고 있다. 귀마개를 끼지 않으면 귀에 무리가 올 만큼의 소음이 난다. 가스는 300m 길이의 공정시설을 지나는 동안 여과·가열·냉각·재처리 과정을 거쳐 액체 형태로 완성된다. 수십개의 복잡한 공정이지만 가스분자가 LNG로 재탄생하기까지 전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단 12분에 불과하다. 하루 생산량은 1만8,000톤을 넘어선다. 현장 매니저는 “GLNG 플랜트의 손실률은 8.3~8.4%로 설계효율(9.4%)보다 1%포인트가량 낮다”며 “설계와 설비가 동일한 인근 2개 LNG 플랜트보다도 0.3~0.7%포인트 낮다”고 강조했다.
낮은 비용은 GLNG 프로젝트의 자랑거리다. 로드 듀크 GLNG 프로젝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프로젝트의 운영원가는 경쟁사 대비 40% 낮고 개발비용은 50% 수준에 불과하다”며 “GLNG 프로젝트의 효율성은 퀸즐랜드주 3대 프로젝트 중 최고”라고 단언했다. 한국가스공사 호주법인 관계자도 “시추비용만 봐도 광구 하나를 뚫는 데 드는 비용이 경쟁사는 200만달러(약 21억원)가량 되지만 GLNG는 120만달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호주 GLNG 액화플랜트
지금은 정상 궤도에 올랐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 투자를 결정했을 당시 배럴당 15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유가가 40~50달러로 폭락하면서 프로젝트의 경제성 평가가 하락한 게 첫 번째다. 아시아 시장에서 LNG 가격은 유가에 연동돼 있어 유가가 떨어지면 LNG 가격도 떨어진다. 게다가 글래드스톤에 유례없는 홍수가 나고 다른 2개 프로젝트와 공기가 겹치면서 건설기간도 길어졌다. 2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투자비는 4조원까지 뛰었다. 박근혜 정부 이후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히면서 가스공사의 GLNG 프로젝트도 대표 부실 사례로 거론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동시에 건설이 진행 중이던 퀸즐랜드주 3대 프로젝트 중 GLNG가 지연된 건설기간도 가장 짧고 투자비 증가액도 가장 적었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3개 프로젝트가 모두 같은 회사에 설계·건설용역을 준 상태였고 건설기간도 거의 같았기 때문에 공기 지연이 가장 짧았다는 것은 GLNG가 가장 돌발변수에 대처를 잘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GLNG의 비용 효율성과 인력 운용의 역량은 결실을 얻었다. GLNG 프로젝트는 지난해 4·4분기부터 올해 1·4분기까지 2분기 연속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호주에서의 성과도 묻힐 위기에 처했다. GLNG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가스개발 단계부터 운영에 참여하면서 운영기술 확보의 첫발을 뗐지만 그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신규 사업 진출도 사실상 어렵다. 자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에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일부 사업은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정상 궤도에 올라 이제 나아질 일만 남은 상황”이라며 “그동안의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도록 옥석을 가리고 사업매각을 결정하더라도 최소한 매각 대상자는 국내 기업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커티스아일랜드=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