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상승 기조가 강해지면서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주식형뿐 아니라 안전자산이라 여겨졌던 채권형 펀드에서도 3개월 사이 1조원 규모의 돈이 빠져나갔다. 이미 경고등이 켜진 국채 투자뿐만 아니라 채권형 펀드 역시 환율 변동성에 영향을 받고 있다.
15일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최근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서는 3주 연속 자금이 유출돼 순자산 대비 0.9%에 해당하는 누적 4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결과 최근 3개월간 국내 해외채권형 펀드에서 유출된 금액은 약 9,784억원이다. 지역별로 자금 유출이 가장 큰 곳은 글로벌채권(6,317억원)이지만 그간 꾸준히 자금 유입세를 보였던 29개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서 259억원이 빠져나간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서는 신흥국 고금리 영향으로 최근 1년간 1,619억원을 끌어모았고 연초 이후에도 순유입세를 유지했으나 최근 3개월 사이에 순유출로 돌아섰다.
신흥국에서는 지난 4월 중순 이후 급격하게 자금이 유출됐다. 미국 달러화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가 신흥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 강화로 이어지면서 추가 통화 약세를 우려한 신흥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영향이 크다. 또한 글로벌 지역 전반에서 경기 모멘텀이 약해지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진 것도 이유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세제 개편안 및 달러화 약세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 하는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다른 국가들은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경계감으로 이익 수정비율이 오히려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여겨진 해외채권형 펀드도 손실 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연초 이후 신흥국 채권형 펀드는 -3.89%를 기록했으며 최근 한 달 사이에도 -2.65%의 부진한 성적을 냈다.
시장에서는 신흥국의 장기적 성장성은 여전하지만 잠재적 리스크는 항상 존재하는 만큼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최근 지속되는 통화가치 급락이 신흥국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도 높지 않고 제조품과 원자재 수요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 역시 오는 6월께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이 여전히 신흥국에 우호적이진 않다. 임혜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외 국가들의 성장세가 약화하고 전 세계 제조업 경기 둔화 등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요인이 많다”며 “경상수지 개선과 선진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정상화가 신흥국 경기 안정을 보장하는 게 아닌 만큼 경기 하방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신흥국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