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에 하루새 1.5조 몰려

"소나기 피하자" 떠돌던 자금 유입
순자산 다시 105조 넘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리며 순자산 105조원을 다시 넘어섰다. 최근 들어 MMF에는 하루 1조원 이상이 유입되고 있다. 신흥국 시장 불안이 가중되며 잠시 쉬어가겠다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MMF 순자산은 105조9,615억원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에만 33조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왔다. MMF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이자는 낮지만 수시입출금이 가능해 현금성 자산으로도 분류된다. 보통 펀드 환매 자금이나 마땅한 투자처를 아직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MMF로 유입된다.


지난 11일부터 MMF에 뭉칫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11일 하루 1조5,882억원이 늘어난 데 이어 14일에는 1조1,066억원이 증가했다. 채권 운용에 특화된 동양자산운용의 ‘동양큰만족신종MMF 6’이 14일 하루에만 2,010억원을 빨아들였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베스트MMF법인 1’도 대기성 법인자금 1,903억원이 유입됐다. 김시헌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팀장은 “연초 이후 주식시장 조정, 채권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법인 유동자금이 MMF로 유입되며 MMF 수탁액이 지난해 8월 고점 수준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금이 MMF로 몰리는 것은 최근 변동성이 심해진 금융투자 시장의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회담, 아르헨티나 IMF 구제금융 신청, 국제유가 상승, 글로벌 채권 금리 상승 등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끊임없이 확산되는 불확실성에 위험을 회피하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MMF 순자산은 지난해 초 130조원대로 치솟았지만 한국과 주요국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감소했었다”면서 “올해 70조원대까지 줄었던 MMF 순자산은 지난달부터 빠르게 늘어 다시 100조원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실제로 MMF 최근 한 달간 평균 수익률을 보면 변동성이 심한 시장 상황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MMF 최근 1개월 수익률(15일 오전 기준)은 0.12%다. 수익률이 바닥에 가깝지만 큰 위험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유형의 주요 펀드 대비 매력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0.34%, 국내 혼합형 0.54%, 국내 채권형 -0.02%, 국내주식 ETF -1.55% 등 저조한 상황이다.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에 대한 피로감에 따라 단기채권 및 단기 유동성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는 추세”라면서도 “글로벌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 방향성을 잡게 되면 자금이 증시로 흐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진단했다. 김 팀장도 “기준금리 인상 지연 등으로 MMF 수탁액이 증가했으나 연내 기준금리 인상 단행 시 MMF 수탁액이 재차 감소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