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산업도 끊임없는 제품 개발과 혁신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중소 제조 업체들도 발명과 지식재산권(IP)을 잘 연계하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죠.”
16일 열린 제56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1등급 훈장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지준동(사진) 대창 수석연구원은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담당 직원도 한 우물을 열심히 파면 언젠가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며 웃음을 내비쳤다. 특허청이 주최하고 한국발명회가 주관하는 발명의 날 행사에서 기업 대표나 학자, 대기업 직원이 아닌 중소기업 직원이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지 수석연구원이 처음이다.
고교 졸업 후 삼성전자 냉장고개발팀에서 일한 그는 지난 2003년 대창에 합류해 제품 R&D를 담당하고 있다. 1994년 설립된 대창은 가전 및 자동차의 사출부품, 기능모듈 및 금형을 주로 생산하는 굴뚝기업이다.
그는 “삼성전자 개발팀이 지방으로 이전할 때 가족과 떨어지는 게 힘들어 이직을 결심했다”면서 “때마침 사출 위주의 전통 제조 업체였던 대창이 R&D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소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합류하게 됐다”고 이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에서 일하면서도 항상 왜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무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특허나 기술 개발 등 IP 분야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고 실제 현장에서 이런 문화를 조금씩이나마 개선해나가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지 수석연구원은 대창이 냉장고 장착용 제빙기 분야의 특허와 관련 기술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세계 1위 업체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일본 경쟁사가 인건비 감축을 위해 해외로 제조공장을 이전한 것과 달리 그는 국내에서 연구개발하고 특허 출원을 이어나가 국내 일자리 45개 이상을 창출하는 등 지역 경제와 국내 산업 발전에도 공헌했다.
그는 “미국에 수출하는 냉장고의 경우 제빙기를 반드시 장착해야 하기 때문에 부품 업체들도 대부분 현지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대창은 우수한 기술과 특허를 보유해 해외 바이어들이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가져다 쓴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도 IP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R&D와 제품 품질 향상에 노력하면 글로벌 경쟁 무대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지 수석연구원은 1987년 최초의 특허 출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국내 특허 707건, 국제 특허 89건의 등 총 796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대창에서는 한국발명진흥회의 직무발명제도를 통해 다수의 발명품이 실제로 사업에 적용됐다. 그는 “중소기업들이 우수한 특허와 기술을 보유하고도 이를 제때 사업화하지 못해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 확대를 주문했다.
그는 자신의 수상으로 중소기업 R&D 담당자나 후배 발명가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지 수석연구원은 “30년 넘게 기업 R&D를 담당해보니 어릴 때부터 체계화된 발명 교육을 받았으면 업무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연구개발을 하거나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이 기업과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고 이번 수상이 그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발명으로 여는 혁신 성장, 특허로 만드는 일자리’를 주제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이날 기념식에는 장병완 국회 산자위원장, 김규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성윤모 특허청장, 이준석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을 비롯해 발명·특허 유관단체장, 발명가·학생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는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발명 유공자에 대해 산업훈장·산업포장·대통령표창 등 총 79점의 시상이 진행됐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