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스타트업 키운다더니...부동산 개발에 2,000억 투자

미래에셋과 판교 개발사업 출자
공간확보 위해 참여했다지만
막대한 차익실현 기대 노린듯
"양사 제휴 초심 어긋나" 지적



네이버가 ‘동맹군’인 미래에셋금융그룹과 손잡고 부동산 투자에 나선다. 국내 정보기술(ICT)의 중심지로 떠오른 성남시 판교 지역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다. 인터넷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부동산 개발에 손을 대는 것으로 미래에셋과 제휴를 맺으면서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초심’과는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조성한 4,109억원 규모의 부동산 사모펀드(미래에셋맵스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62호)에 1,963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모펀드는 판교역 주변(분당구 백현동) 대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알파돔시티’의 ‘6-1’ 구역과 ‘6-2’ 구역에 사무공간과 상업시설을 갖춘 건물을 올리기 위해 지난 2월에 결성된 것이다. 네이버 외에도 미래에셋 계열사와 국내 여러 기관투자가가 돈을 댔다. 2개 구역은 연내 건물 착공을 시작해 오는 2021년 완공될 예정이다.


IT업계와 부동산금융업계는 네이버의 부동산 투자를 이례적인 움직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네이버는 그동안 신규 사옥을 짓거나 새로운 시설을 구축할 때 직접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용인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IDC)를 구축하기 위해 4,800억원을 투입했고 앞서 2013년 12월에는 기존 본사 옆에 ‘제2사옥’을 짓기 위해 직접 부지를 1,235억원에 매입했다.

네이버는 이번 출자와 관련해 “투자운용처를 다양화하기 위해 여유자금을 부동산 펀드에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파돔시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금전적인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기업이 부동산 프로젝트에 투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판교역 주변이 IT의 중심지로 떠오른 데다 앞으로 가치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은 진행 초기에는 위험 부담이 높지만 건물이 예정대로 완공되면 매각을 통해 대규모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건물을 매각하지 않더라도 임대료를 통해 연 5%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로 꼽힌다.

부동산금융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알파돔시티 프로젝트의 2개 건물이 준공되면 이 중 한 곳을 임차해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미래에셋이 지난해 12월 1조8,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사모펀드를 조성해 알파돔시티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하면서 사업 취지를 ‘스타트업의 요람 조성’이라고 정의한 만큼 국내 최대 IT 기업인 네이버도 공간 확보를 위해 참여했다는 것이다.

다만 목적과 관계없이 네이버가 미래에셋과 지난해 6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교환을 통해 사업 제휴를 맺으면서 내걸었던 명분인 ‘국내외 유망 기업 발굴’과는 거리가 먼 모양새다. 양사가 지난 2016년 12월부터 이달까지 조성한 기업 투자 펀드 3개에 네이버가 직접 자금을 댄 것은 1,384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업 지분 투자 규모보다 부동산 펀드 출자액이 1.5배 많은 것이다. 특히 양측의 첫 작품인 ‘미래에셋네이버신성장투자조합1호’는 총 1,000억원으로 결성한다고 발표했으나 아직은 400억원(각사 200억원 출자) 규모다. 양사는 앞으로 매년 각각 100억원씩 자금을 더 투입해 2020년까지 1,000억원으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이버가 지향하는 것은 온라인에서의 기술 플랫폼 확장인데 이를 오프라인의 부동산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맞는지는 의문”이라며 “건물 투자가 오히려 (네이버의) 지배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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