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6월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부부가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의 한 청년에 의해 암살됐다. 오스트리아가 한 달 후 세르비아를 향해 선전포고를 날리면서 1차 세계대전의 막이 올랐다. 유럽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두 동강 났다. 독일과 불가리아, 오스만 제국은 오스트리아와 동맹을 이뤘고 세르비아의 편에 선 러시아는 프랑스·영국과 연합했다. 1918년 11월 독일의 항복으로 1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도시 곳곳은 폐허가 됐고 전쟁으로 인한 유럽 각국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4년 넘게 총력적 양상으로 전개된 이 전쟁은 세계의 경제 패권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 가는 결과를 낳았다.
‘흐름이 보이는 세계사 경제 공부’는 화폐의 탄생부터 4차 산업혁명의 도래까지 방대한 경제사를 한달음에 주파하는 교양서다. 저자는 홋카이도 교육대학 교수 출신으로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로 한국에서만 20만 독자를 사로잡은 미야자키 마사카츠다.
책은 화폐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탄생한 이유, 세계 기축통화가 영국 파운드에서 미국 달러로 대체된 배경 등 경제사를 바꾼 51개의 결정적인 장면을 소개한다. 특히 13~14세기 유럽과 아시아 경제권을 연결한 몽골제국, 17~18세기 대서양 삼각무역, 19세기 대서양·인도양·남중국해 패권을 장악한 영국 제국 등 인류의 경제 규모를 확대한 6차례의 세계화가 있었다고 보는 관점은 매우 흥미롭다. 각 장마다 배치된 ‘경제를 읽는 포인트’는 마치 입시 참고서처럼 본문의 핵심 내용을 다시 한 번 요약해 보여주고 책 맨 마지막에 수록된 ‘세계 경제사 연표’는 따로 분리해 소장하고 싶을 만큼 깔끔하다.
경제사 교양서지만 과거 사실만 줄줄이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는 않는다. 저자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미국발(發) 금융위기와 중국 경제의 부상, 4차 산업혁명의 진행 과정까지 두루 살피면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통찰과 혜안도 던져준다. 1만6,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