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담팀을 꾸려 한 달 동안 집중 수사한 것에 대해 내놓은 자체 평가다. 서울경찰청은 급증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5일 지방청 소속 지능범죄수사대 3개 팀을 전담팀으로 지정했고 동작·마포·서초·영등포·용산경찰서 등 5곳에 전담수사팀을 신설했다. 전담팀은 경찰서 내 형사팀과 공조해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카드 사용 내역과 인상착의 확보에 나서고 있다. 보이스피싱 전담수사팀 관계자는 “사건 발생 초기에 용의자를 특정해 출국을 막고 피해금액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방지하는 게 급선무라 주요 기관들 간 협조가 잘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보이스피싱 범죄는 초기수사에 사건 해결의 성패가 달려 있어 전담팀원들 모두 레이더를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노력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올 2~3월 서울경찰청 관내 31개 경찰서의 보이스피싱 검거실적을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전담팀을 만든 후 검거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가량 늘었다. 올 2~3월 보이스피싱 검거는 913건으로 전년 동기(827건) 대비 10.3% 증가한 것이다. 전담팀을 설치한 5개 경찰서로 범위를 좁히면 검거실적 증가는 더 두드러진다. 동작경찰서 등 5개 경찰서는 올해 2~3월 보이스피싱 범죄로 총 210건을 검거해 전년 동기(148건)에 비해 41.9% 늘어났다. 경찰은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전담팀을 중심으로 경찰서 내부 부서 간 칸막이가 낮아지면서 수사 공조가 잘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전에는 지능팀만 전화사기 검거를 담당했지만 전담팀 설치 후 형사팀과 공조해 폐쇄회로(CC)TV 확보 등 신속한 현장증거 확보가 가능해져 검거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보이스피싱 총책 검거다. 전담팀이 출범한 후 아직까지 총책을 검거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실제 서울경찰청이 공개한 지능범죄수사대 3개 팀의 올해 2~3월 검거 건수는 112건, 검거인원은 167명에 달하지만 이들은 모두 하위 조직원인 송금책과 전달책뿐이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전담팀 운영이 초기 단계라 총책을 잡는 데 핵심인 정보원도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공안과의 협조는 아직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 있는 보이스피싱 하위 조직원은 검거되면 ‘위챗’ 등 범행에 동원된 자료를 바로 지우는 교육을 받는 등 윗선을 철저히 보호해 수사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보이스피싱 총책은 계획을 짜고 지휘하는 우두머리다. 주로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이 총책을 검거하지 않는 이상 같은 피해가 반복된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뿌리째 없애려면 해외 공조수사를 통한 총책 검거가 필수다. 이 청장 역시 전담팀을 출범시키면서 “수사 경험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 상위에 있는 총책을 검거해야 일망타진된다”며 “중국 공안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총책 검거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선 경찰들은 총책 검거 가능성을 높이려면 전문인력을 배치해 장기간 믿고 맡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처럼 다른 부서 인력을 일시적으로 배치해 팀을 꾸리는 방식은 어느 정도 실적을 달성하면 팀 자체가 해체돼 노하우가 쌓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관은 “현재 전담팀은 새로운 인력 충원 없이 기존 경찰서 인원을 재편해 임시로 보이스피싱 전담팀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며 “인력이 빠져나간 팀은 격무에 시달리고 전담팀도 성과를 내는 데만 매몰돼 있다”고 말했다.
전담팀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 쌓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경찰청이 관심 있게 챙기는 사안이다 보니 일선에서는 어떻게든 좋은 지표를 만들어내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초경찰서의 경우 지난해 2~3월 두 달간 보이스피싱 범죄를 2건 검거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 2~3월에는 69건을 검거해 34배나 많은 검거실적을 올렸다.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 사이 영등포경찰서와 동작경찰서의 검거실적은 각각 8건, 11건인 데 반해 전담팀이 설치된 후인 2018년 2~3월에는 각각 24건, 39건으로 3배가량 폭증했다. 워낙 단기간에 검거 건수가 늘어난 탓에 일각에서는 보이스피싱 전담팀 설치를 앞두고 검거를 미뤘다가 팀 설치 후에 검거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눈앞에 보이는 수치만 챙길 것이 아니라 수사 노하우와 정보를 축적해 뿌리를 제거할 수 있도록 수사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는 만큼 경찰 윗선은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에 힘을 쓰고 일선 경찰은 수사력을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