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준비 포착, 南 취재단엔 "…"

38노스 "北 전망대 설치 작업"


북한이 지난 12일 예고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공개를 예정대로 준비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하지만 예고 당시 북한이 먼저 초청 의사를 밝혔던 남측 취재단의 풍계리 방문 신청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데 주력하고 있는 만큼 약속 이행 차원에서 핵실험장 공개 폐쇄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남측 취재진에 대해서는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를 문제 삼아 거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15일 촬영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의 위성사진을 분석, “폐기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갱도를 향해 열려 있는 언덕 위에 목재 더미가 쌓여 있는 장면이 포착됐는데 이는 취재진이 높은 지대에서 폭파 장면을 안전하게 지켜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전망대 설치 작업이라는 게 38노스의 분석이다.

북한이 원산과 길주를 잇는 철로 여러 구간을 보수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보수 작업을 마친 구간에서는 열차가 시험 운행하는 장면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취재할 국제기자단을 위해 원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특별전용열차를 편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게다가 북한 대외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20일 핵실험장 폐기 실무 진행과 관련해 최근 발표한 북한 외무성의 공보를 거론하며 “판문점 선언 정신에 따른 중대한 조치”라고 언급했다. 비핵화 약속 이행의 첫 단추 끼우기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북한은 국제기자단에 미국·영국·중국·러시아 기자와 함께 한국의 방송사 1곳과 통신사 1곳도 초청하겠다고 밝혔음에도 한국 취재진의 방북 신청에 일절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가 18일 판문점 채널을 통해 방북 기자단 명단을 북측에 전달하려 했지만 북한은 통지문을 받지 않았으며 이후 계속 무응대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북한이 이 같은 태도를 지속하면서 한국 취재진만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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