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4시] 북한 인권 문제의 평화적 접근방식

오준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전 유엔대사
北 포함 타국 인권문제 함께 짚고
민간 차원서 협조·지원 나선다면
화해무드 속 동포애 실현도 가능


북한 인권 문제는 15년 전 처음 유엔 의제로 올랐다. 현재 매년 봄에는 인권이사회에서, 가을에는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를 채택하고 연말에는 안보리 토의가 있다. 지난 2014년 유엔 안보리에 북한 인권 문제가 최초로 상정됐을 때 필자는 유엔대사로서 참여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대상이 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10개국이 안 된다.

분단 73년을 맞는 남북한 관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북한이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훈련을 비난하고 16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먹구름이 끼고 있지만 여전히 낙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다가오는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비핵화가 실현돼야 본격적인 남북 협력이 가능하지만 일단 대북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 이러한 남북 화해의 시대에 북한 인권 문제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남북 관계가 좋아지고 비핵화가 실현된다고 해서 북한의 인권 상황이 저절로 개선되는 것이 아니므로, 물론 인권 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것이 북한 정권을 자극해서 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리가 있다. 그러한 고려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접근방식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비정치적·전문적 접근방식이다. 인권 문제는 쉽게 정치화된다. 우리 국내에서만 봐도 보수세력은 인권 문제를 북한정권 때리기에 활용한다는, 진보세력은 북한정권의 인권 탄압을 눈감아 준다는 비판을 각각 받아왔다. 인권 문제를 정치와 분리시키고 전문적 접근을 할수록 일관된 노력이 가능하고 인권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10년간 시행해온 ‘보편적 인권검토’를 통해 모든 나라는 약 4년마다 동료심사를 받는다. 여태까지 심사에서 받은 권고사항의 누계를 보면 미국은 668개, 북한은 436개, 우리나라는 222개다. 물론 우리나 미국이 사형제도, 경찰의 과잉 대응 등에 관한 권고를 받은 것과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공개처형 등에 관한 지적은 그 심각성에 있어서 비교가 안 되므로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지적할 때 인권에 완벽한 국가는 없으며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도와줘서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비정치적 접근방식은 매우 유용하다.

둘째, 제도적 접근이다. 우리는 201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그에 따라 북한인권증진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9월에는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북한주민의 인도적 여건 개선,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 등 7개 역점 추진과제도 선정됐다. 이 같은 우리의 법적·제도적 장치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계속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마치 우리가 한미동맹에 의거한 군사훈련을 계속하는 데 대해 북측의 인정을 요구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국가적 가치가 반영된 법에 기초를 둔 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납득시킬 수 있다고 본다.

셋째, 국민 중심의 접근방식이다. 북한 주민을 남이 아닌 우리의 형제자매로 인식할수록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남북한 당국 간의 인권 문제 협의에 한계가 있는 부분도 민간 차원에서 제기하고 협조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인권 문제를 다룰 때 ‘기술협력’을 강조한다. 즉 모든 인권 문제가 정치적 탄압 때문에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며 경험이나 재원이 부족해서 실현되지 못하는 인권도 있는 것이다. 북한이 2016년 가입한 장애인권리협약이 좋은 예다. 장애인 인권을 개선하려면 국제기구에 참여하여 다른 나라의 예에서 배울 필요가 있고 필요한 재원이나 기술도 지원받을 수 있다.

현시점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정상외교 등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때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 자체가 결국은 같은 민족인 북한 주민이 우리와 함께 보다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날을 앞당기기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 인권 문제의 중요성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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