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 레스닉 제리코캐피털 설립자 "韓 금융당국 '삼바' 말바꾸기 코리아 디스카운트 부를 것"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논란 대놓고 쓴소리

조시 레스닉 제리코캐피털자산운용 설립자 겸 파트너 매니저

“한국 금융당국의 말 바꾸기는 바이오 업체뿐 아니라 한국 기업 전반에 대한 ‘투자냉각 효과(chilling effect)’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분식회계 논란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미국 헤지펀드 투자자가 실명으로 한국 금융당국의 태도 바꾸기를 비판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한국 기업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져 외국인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제리코캐피털자산운용의 설립자이자 파트너 매니저인 조시 레스닉은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규제기관이 지난 2016년에 내린 결정을 철회하려는 행동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금융 규제기관이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결정을 완전히(quite) 뒤집는 것은 처음 본다”고 꼬집었다.

투자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글로벌 헤지펀드 매니저가 다른 국가의 규제에 쓴소리를 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최소한의 손실로 최대수익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헤지펀드의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외국인 투자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리스크 요인이 한국의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레스닉 설립자는 “그동안 동료 투자자들에게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동종기업과 비슷한 주가배수로 거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해왔는데 이제 그런 말을 하기도 어렵게 됐다”며 “특히 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겪지 않는 몇 안 되는 분야였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레스닉 설립자는 현재 논란을 빚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해 다른 독립적인 회계 전문가들이 평가한 것처럼 적절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용한 (회계) 방법론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고 그를 바탕으로 2016년 해당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승인했다”며 “금감원이 이미 끝난 일을 지금에 와서 되돌리려는(try to unring the bell)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레스닉 설립자는 또 금융당국이 회계부정을 알린 방식(조치사전통지서)도 비판했다. 그는 “예비조사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한 방식을 보고 혼란스러웠다”며 “이런 방식은 투자자들의 혼란과 시장의 공포 반응을 초래할 뿐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지적했다.

레스닉 설립자는 한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글로벌 투자 유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우려했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정책이 국내 바이오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홍콩은 바이오 기업들의 자국 거래소 상장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상장 규정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고 그 결과 미국 나스닥 입성을 노리던 여러 중국 기업들이 홍콩으로 방향을 튼 상황”이라며 “우리 생각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려다 한국거래소의 규정 완화로 자국으로 돌아간 성공 사례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스닉 설립자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회계 문제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제 기업가치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IFRS) 프로토콜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제 운영과 관계가 없으며 우리가 해당 기업을 평가하는 방법에 포함된 요소도 아니다”라며 “이 같은 회계처리 방식을 투자 논리의 근거로 삼는 투자자를 지금까지 본 적이 없으며 대다수 전문가가 비슷한 견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에 설립된 제리코캐피털은 헬스케어와 소프트웨어·대체에너지 분야에 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IPO 당시부터 투자에 참여해온 외국인 대주주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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