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동성애자 남성에게 ‘하느님이 그를 그렇게 지었으며 그 모습 그대로 그를 사랑하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제DB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동성애자 남성에게 ‘하느님이 그를 그렇게 지었으며 그 모습 그대로 그를 사랑하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칠레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을 폭로한 피해자 중 한 명인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가 2주 전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진 비공개 면담에서 교황이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발언이 사실이라면 여전히 동성애를 죄악으로 간주하는 가톨릭 교회 수장으로서는 가장 포용적인 발언이어서 이목이 쏠린다.
크루스는 이 자리에서 교황이 동성애 문제에 관해 언급하게 된 것은 성추행 피해 폭로 과정에서 일부 가톨릭 주교들에 의해 자신의 동성애 성향이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크루스는 “그(교황)는 ‘후안 카를로스, 당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하느님이 당신을 이렇게 지으셨고 하느님은 이런 당신을 사랑하며 나도 개의치 않는다. 교황은 이런 당신을 사랑한다. 당신은 이런 자신의 모습에 만족해야 한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교황의 크루스가 발언을 정확하게 전달한 것인지에 대한 질의에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답변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나 가디언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에 포용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교황은 2013년 7월 교황청을 상대로 한 동성애 단체들의 로비 의혹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나에게 (누군가를) 정죄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반문한 적이 있다. 크루스의 전언으로 알려진 교황의 이번 발언은 동성애를 하느님의 섭리에 의해 인간에 부여된 성적지향으로 인정하는 데 한층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해석했다. 일부 교계 보수층의 주장과 달리 교황은 동성애 성향이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믿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의 교황청 출입기자 크리스토퍼 램은 교황의 이런 발언은 놀라운 것이며 동성애를 향한 가톨릭 교회의 태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그는 “나는 교황이 교리를 바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동성애자를 가톨릭 신자로 인정하는, 지난 수년간 로마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