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시 청년임대주택 예정부지인 강동구 성내동 주택가에 임대주택 반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박진용기자
울산 출신 정모(23)씨는 오는 28일부터 접수하는 LH 청년 매입임대주택 신청을 앞두고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그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년 임대주택을 대대적으로 늘린다고 수년째 말해왔지만 막상 주변을 보면 실제 사례가 별로 없어 이번이 아니면 당분간 기회가 없을 것 같다”며 말했다. 이어 “집 구하기 너무 어려워 서울에 살지 않은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다”고 푸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청년 임대주택이 지역 주민들 반발에 부딪히면서 입주 희망에 부푼 청년들의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다. 일조권 침해, 집값 하락, 지역 슬럼화, 안전 위협 등 각종 반대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임대사업자 등 특정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과도하게 반영돼 필요 이상으로 논란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강동구 성내동 천호역 인근의 옛 서울상운차량공업 부지는 주민들 반대 목소리가 큰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시는 저소득 청년에게 시세 60% 수준에 지하 7층, 지상 35층 규모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성내동 주민 수십 명이 매주 강동구청과 시청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지만 현장에서 만난 주민과 상인들 목소리는 달랐다. 한 공인중개사는 “집회를 주도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주민들은 주로 천호역 일대에서 원룸 사업을 하는 이들”이라며 “실제로 지난해부터 신축된 도시생활주택이 15개에 이를 정도로 천호역 일대에 원룸이 빠르게 늘고 있어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은 강동구 성내동, 영등포구 당산동 등 현재 18곳이 인가를 받았고 15곳에서 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모든 지역에서 지역주민 반발에 부딪혔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한솔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은 “일부 주민들은 처음에 혐오시설이나 빈민아파트 등을 이유로 반대하다가 최근에는 ‘뉴스테이형 아파트 반대’로 입장을 바꿨다”며 “알짜배기 땅에 좋은 시설이나 상가가 아닌 청년 주거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이권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지역 주민 전체의 여론처럼 비치는 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가 역시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기숙사 신축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국민대·성균관대·한국외대 등 주변 대학생들의 주거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된 성북구 동소문동 행복기숙사는 주민의 반대로 공사가 1년 이상 지체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대학생 기숙사가 들어오면 대체 숙박시설로 활용돼 치안이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학진흥재단은 애초 2018년 1학기 개관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했으나 주민 반대로 1년 넘게 공사를 진행하지 못해 100억원을 웃도는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용·오지현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