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에르도안 타이이프 터키 대통령/AFP연합뉴스
터키 리라화 가치가 또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미국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는데다 경기과열로 금리 인상의 필요한 와중에도 중앙은행에 통화완화 압력을 넣는 레제프 에르도안 타이이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일명 ‘에르도가노믹스(Erdoganomics)’가 리라화 가치하락을 부추기는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터키 리라화는 종가 기준 전일 대비 2.04% 밀린 달러당 4.5836리라까지 추락했다. 장중에는 1달러당 4.5933리라까지 밀리며 사상 최저 기록도 갈아치웠다. 리라화 가치는 연초대비 17% 이상 추락해 세계 주요 17개 통화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신흥국 통화 전체 중에서도 올 들어 23.6% 급락한 아르헨티나 페소화 다음으로 하락 폭이 크다.
외신들은 달러화 상승으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상황에서 10%가 넘는 고인플레이션을 겪는 터키가 금리 인상에 혐오감을 보이는 것이 리라화 추락의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이안 데미르 이코노미스트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더불어 중앙은행이 통화 약세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금리는 만악의 어머니이며 아버지”라며 “금리가 낮을수록 인플레가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 외환시장에 충격을 줬다.
전문가들은 터키 정부나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터키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터키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 대비 0.050%포인트 오른 14.580%까지 치솟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터키가 경제 규모 60분의 1에 불과한 세네갈보다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것은 ‘에르도가노믹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라보뱅크의 외환전략가 피오트르 매티스는 “리라화 약세로 달러표시 부채가 늘어나면 가계와 기업은 지출과 투자를 줄일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는 것은 정말로 비극적”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은행들은 다음 주 리라화 가치가 4.75리라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