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첫 재판부터 또 '정치 보복' 들고 나올까

23일 첫 재판서 10분 모두진술 예고
혐의 적극 부정하고 정치 보복 언급 가능성
방청권 미달 등 주목도 바닥... 관심 환기 필요


이명박(사진) 전 대통령이 23일 예정된 자신의 첫 재판에서 직접 모두진술을 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다시 한 번 ‘정치 보복’을 언급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재판의 흐름과 쟁점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2일 이 전 대통령 측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2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법정에서 열리는 자신의 첫 공판에 참석, 10분가량 모두진술을 할 계획이다. 그는 법정에서 밝힐 자신의 입장을 직접 노트에 정리하면서 진술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인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재판 불참을 희망했다. 그러나 재판 회피에 대한 뚜렷한 명분을 내세우지 못하면서 검찰 논리에 직접 항변하는 쪽으로 전략을 틀었다.

법조계에서는 우선 이 전 대통령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검찰 조사 단계부터 구속 이후까지 이 전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세 차례에 걸친 지난 공판준비기일에도 변호인단은 검찰 측이 제시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입장을 거듭 재확인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나아가 이 전 대통령이 재판 자체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는 발언을 쏟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차피 승소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면 정치 메시지라도 강하게 던지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첫 재판부터 방청권 추첨이 미달되는 등 자신에 대한 주목도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관심을 환기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17일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낸 성명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3월14일 첫 검찰 소환 때도 “역사에서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며 정치적 발언을 이어갔다. 구속 이후인 지난달 9일에는 페이스북에 ‘옥중성명’을 내고 “검찰 기소는 초법적인 신상털기와 짜맞추기 수사의 결과”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다만 법정에서까지 정치 보복을 운운하면 재판부를 자극해 불리한 입장에 설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수위는 이전보다 낮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는 지난 17일 이 전 대통령의 3회 공판준비기일 직후 취재진을 만나 “정치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검찰을 공격하는 용어를 쓰는 게 맞는지 등에 대한 생각이 아직 정리가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비자금 횡령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첫 재판이 있는 5월23일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꼭 9주년이 되는 날이다.
/윤경환·백주연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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