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부담금 산정 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 부담금은 아파트를 준공했을 때 (종료시점)가격에서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때(개시시점)의 가격과 정상주택가격 상승분, 개발비용 등을 빼서 계산한다. 특히 이 중 아파트 단지에서 비중이 가장 큰 조합원 물량의 값은 한국감정원이 산정하는 공시가격이 기준이 된다. 당초 한국감정원과 감정평가법인 중 2개 이상을 선정해 관련 금액을 살펴볼 수 있게 했었지만 지난해 9월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감정원에게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했다. 국토교통부는 감정원이 파악한 공시가격을 토대로 부담금을 매기는 까닭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감정원의 공시가격이 정확하게 산정한 것인지 그 여부를 철저하게 검증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이홍규 한국감정사평가사협회 부동산시장정보이사는 “감정원의 공시가격은 누가 어떻게 왜 그렇게 산정했는지 외부에서 살펴볼 수 없는 구조”라면서 “정확하지 않게 산정돼 재건축 주민이 권리를 침해받을 경우 현재로서는 이를 개선해 구제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좁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한국감정원의 자체 직원 500여명(감정평가사 100여명 포함)이 매년 전국 1,300만호 가량을 전수조사하고 산정해 국토부가 이를 고시한다. 통상 매년 30만~40만호의 새 주택이 공시가 조사대상에 오르고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될 아파트도 여기에 포함되게 된다. 감정원은 이때 인근 유사 아파트의 가격을 기준으로 특정 주택의 위치, 층 등을 고려해 가격을 파악한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과정, 근거, 수치가 외부로 공개된 적은 사실상 없다. 시민단체들이 공시가의 신뢰가 떨어진다고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토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등을 통해 외부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게 그 근거다. 공동주택을 비롯한 표준지 공시지가 등은 정부가 고시하기 전 공무원, 교수 등 20여명이 모인 위원회의 논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공시가에 이의가 있을 경우 조합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국토부가 현 체계에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고 설명하는 근거다.
하지만 위원회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정확성을 평가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반론이 크다. 전동흠 세무법인 율촌 고문은 “위원회는 공시가격에 대해 평가와 조정을 거치기보다 심의 의결하는 기구에 불과하다”면서 “현재 20여명의 위원들이 짧은 시간에 공시가를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조합이 반대의견을 내더라도 현재는 감정원이 이를 다시 살펴보는 것에 그친다. 즉, 산정의 오류 여부를 스스로 재점검하는 ‘셀프 검증’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수억원의 비용을 내라고 하는데 그 과정이 불투명하고 객관적이지 않다고 한다면 누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부담금 제도의 정당성 논의를 차치하더라도 관련 정보가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되고 전문가의 검증 체계가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한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는 누가 하든 오류나 실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해야 한다”면서 “재건축 부담금 부과에 따른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 제 3자 검증 체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