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비율 7:3 조정... 글로비스 이익 2,000억 포기할 수도

■ '플랜B' 짜는 정의선 결단 내릴까
관례 깨고 MK 대신 입장 발표
새 지배구조 개편안 진두지휘
소액주주 이익 우선 고려 위해
분할 모비스 가치 높이기 유력
순환출자 해소 방안도 담을 듯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086280)와의 합병 비율을 재산정하거나 분할 모비스를 증시에 상장해 시장가치를 평가받은 후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엘리엇의 요구나 그간 증권가에서 제기돼왔던 지주사 전환도 대안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이 중 비율 재산정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분할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을 6대4로 산정했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7대3이 적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모듈과 AS 부품이라는 알짜 사업을 보유한 만큼 분할 모비스의 가치를 더 높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단은 결국 정 부회장의 몫이다. 분할 모비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수록 현대글로비스 주주 입장에서는 손해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쥐고 있는 최대주주다. 증권가에서는 기존 합병 비율을 토대로 분할 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합병하면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이 1조원 안팎의 이익을 볼 것으로 추산한다. 합병 비율을 조정하면 정 부회장으로서는 2,000억원가량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대신 대주주보다 소액주주의 이익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뜻은 더욱 분명해진다.

증권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엘리엇의 공격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재편 계획을 일단 거둬들인 것은 시장에서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새 방안 역시 일부 주주들은 반대하더라도 주요 자문사들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것뿐 아니라 향후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도 있다”며 “플랜B마저 실패하면 정 부회장으로서는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맹준호·조민규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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