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문제가 국회에서 진통을 겪는 가운데 경제단체 간에도 입장이 갈리며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전날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문제를 논의했으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산회했다.
이런 가운데 사용자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산입범위 조정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입장과 같은 것이다. 물론 경총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를 주장하는 맥락은 노동계와는 크게 다르다.
경총은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연봉 4천만원 이상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가 혜택을 보는 등 불공정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금 격차를 확대해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란 얘기다.
경총은 국회가 논의 중인 개정안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 등을 포함시키기로 한 대목을 문제 삼고 있다.
통상 기업들은 상여금을 격월이나 분기·반기 주기로 지급하고 있어 ‘매월’로 규정할 경우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현금성 숙식비를 지급하는 업종도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일부 업종에 그쳐 대다수 기업과는 관련 없다는 게 경총 입장이다.
경총은 “노조가 있는 기업은 (상여금 지급주기 변경을 위해) 단체협약을 개정하려면 노조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산입범위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개선 효과가 거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또 “사회적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는 논의를 최저임금위로 되돌리자는 경총의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경총은 사용자단체를 대표하는 자격을 위임받은 만큼 당연히 사전에 단체 간의 입장을 조율했어야 한다”며 “이번 경총의 결정은 전혀 합의되지 않은 입장이고 일방적인 조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기업 현장에서는 경총이 노동계의 ‘2중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다”며 “실제 사용자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국회 역시 지금까지 논의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최저임금위로 떠넘기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굳이 최저임금위로 결정권을 넘기려면 그 역시 여야 합의를 거쳤어야 한다. 일방적·편법으로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재계에서 내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대표적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는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일단 중립을 지키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총의 입장은 경제단체 간에 조율된 입장은 아니다”라며 “현재 기업 입장들을 더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