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캐피털 부문이 실적도 좋고 주요 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에 따라 입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은행에 이어 금융지주 내 비은행 부문의 강자였던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정부 규제로 실적이 급락하는 반면 캐피털사는 안정적인 이익을 올리며 핵심 계열로 부상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IBK·NH농협캐피탈 등 주요 금융지주계열 캐피털사 5곳의 올 1·4분기 당기순이익은 1,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올랐다. 특히 신한캐피탈·하나캐피탈·NH농협캐피탈의 약진이 눈에 띈다. 신한캐피탈은 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다. 대손비용이 크게 감소한데다 가계대출, 기업대출, 투자은행(IB) 등 사업 부문에서 고른 수익을 거둬서다. 하나캐피탈의 경우 할부금융을 중심으로 영업실적이 크게 늘어나며 당기순익도 37% 뛰었다.
캐피털사의 이 같은 실적 호조는 금융지주계 카드사들이 일제히 실적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신한·KB국민·하나카드의 올 1·4분기 당기순익은 2,3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급감했다. 지난해 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료가 인하된데다 올 하반기 편의점 등 소액다건 결제업종 수수료율이 낮아질 예정이어서 당분간 실적 개선도 어렵다는 전망이다. 저축은행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금리 압박으로 외형과 이익성장이 사실상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금융지주들도 은행을 제외한 비은행 부문 수익 강화를 위해 캐피털사에 힘을 싣고 있다. 절대적인 수익 규모는 크지 않지만 카드사나 저축은행에 비해 정부의 규제를 덜 받는 만큼 영업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서다. NH농협금융은 NH농협캐피탈에 1,000억원을 출자했다. 2016년에는 500억원, 지난해의 경우 1,000억원을 이미 출자하는 등 크게 공을 들이고 있다. NH농협금융은 농협캐피탈을 내세워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서도 여신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지주사와의 시너지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신한캐피탈은 IB 부문이 신한지주의 글로벌투자은행(GIB) 그룹에 속해 있어 그룹 차원의 IB 사업을 진행할 때 의사결정이 원활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캄보디아에 설립할 복합점포에 IBK캐피탈이 함께 입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캐피털사의 기업대출과 IB 부문만큼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커 그동안 카드사에 가려 빛을 못 보던 캐피털사가 알토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며 “금융지주 내 균형적인 포트폴리오가 강조되면서 캐피털의 입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