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금부채 제외 검토...'나랏빚 꼼수' 논란

기재부, OECD사례 파악 나서
"미확정 부채 규모 커 국민혼란"
전문가들 "분식으로 비칠수도"



정부가 약 845조원에 달하는 공무원연금충당부채를 국가 재무제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실무 차원의 검토라지만 국가부채의 절반이 넘는 연금충당부채를 빼면 나랏빚도 그만큼 사라지게 돼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4면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재무제표에 연금충당부채가 반영돼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재무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비용을 반영하는 발생주의 회계를 도입한 OECD 25개 국가 중 벨기에와 덴마크 등 13개국이 연금부채를 재무제표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3개국은 주석으로만 표시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금리 수준에 따라 부채 규모가 크게 변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며 “내부적으로 재무제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금충당부채란 퇴직 공무원과 군인에게 줄 연금액을 현재 기준으로 표시한 것이다. 연금은 미래에 지급할 돈이라 지출시기와 규모가 명확하지 않다. 또 연금수입은 뺀 채 지출액만을 고려한 금액이다. 하지만 국가부채에 연금충당부채가 들어가야 나랏빚의 대략적인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공무원연금만 해도 최근 5년간 10조원이 넘는 정부 보전금이 지원됐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발생주의 기준)는 1,555조8,000억원이다. 공무원연금부채는 845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54.3%다. 지난해 증가분(122조7,000억원)의 약 75%가 공무원연금에서 나왔다. 국가 재무제표에서 공무원연금부채를 빼면 부채는 1,555조원에서 710조원으로 급감한다. 정부가 연금충당부채 제외를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는 이유다. 회계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무원연금충당부채를 빼면 개략적인 나랏빚을 알기 어렵다”며 “일종의 분식으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비교에서 일반정부부채(D2)가 쓰인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D2는 중앙 및 지방정부 회계·기금에 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것으로 연금충당부채는 빠져 있다. 2016년 말 기준 717조5,000억원으로 국가 재무제표에서 공무원 부채를 제외한 것(710조원)과 비슷하다. 기재부는 “실무선에서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세종=김영필·강광우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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