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해외 출장을 갈 때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만 이용하도록 운영되고 있는 정부항공운송의뢰제도(GTR)를 정부가 40년 만에 바꾼다. GTR항공사가 아닌 GTR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예매토록 해 가격도 낮추고 저비용항공사(LCC)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23일 기획재정부와 인사혁신처,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GTR 제도 개선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개선 내용의 핵심은 공무원들이 GTR을 이용할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직접 예매하던 시스템을 정부가 지정한 GTR여행사를 통해 예매하도록 한 내용이다. 공무원들이 직접 예매하는 것보다 여행사가 항공권을 예매하면 가격 등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운송의뢰대상에서 제외된 경우가 아니면 여행자 또는 민간여행사에 항공운임을 지급할 수 없다’는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를 개정한다. 여행사가 GTR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해외 출장을 가는 경우에는 LCC를 이용할 수도 있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GTR 제도의 가장 큰 단점이 비수기에도 비싼 항공권을 구매해야 한다는 것인데 여행사를 끼면 이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서 “자동으로 LCC를 GTR 제도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GTR 항공권 가격을 낮추기 위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할인율 더 높이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출장 일정 변경과 취소가 자유롭다는 이유로 GTR 티켓이 일반 티켓보다 크게 비싸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이용호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수기 이코노미석 기준(대한항공)으로 인천~미국 뉴욕간 왕복 항공권이 일반권의 경우에는 111만1,200원이지만 공무원들은 이보다 2.7배 비싼 302만600원에 구매했다.
정부는 1980년 GTR을 도입하면서 대한항공과 처음으로 계약을 맺은 뒤 1990년에 아시아나항공과도 체결했다. 항공산업의 발전을 돕는다는 명분이었다. 효과는 컸다. 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0~2014년 대한항공의 10대 노선 GTR 항공권 판매 실적은 1,797억원에 달했다. 21만여명의 공무원이 이용했다.
하지만 최근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과 탈세 혐의가 드러나면서 대한항공의 배만 불리는 GTR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늘자 정부도 개선 대책을 내놨다. 박진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산업팀장은 이번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비싼 요금 문제를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실제로 어떻게 운영될 지에 따라 실효성 여부를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