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박현주 회장 국내사업 손떼고 사실상 2선 후퇴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조사에
당국 교차출자 등 지적 잇따라
미래에셋 "취임 때 밝혀온 구상"
홍콩법인 글로벌회장직은 유지

미래에셋그룹을 창업하고 키운 박현주 회장이 23일 국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으로 업계 1위로 뛰어오르며 자본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지 2년 만이다. 미래에셋은 2년 전부터 약속한 행보라고 밝혔지만 증권 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2선 후퇴로 해석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006800)는 이날 박 회장을 해외사업 전략에 주력하는 글로벌경영전략고문(Global Investment Strategy Officer·GISO)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미 지난 3월 미래에셋그룹의 해외투자를 총지휘하는 글로벌 홍콩 본사 회장으로 취임했고 당시에는 국내 경영에서 손 뗀다는 해석에 민감하게 반응한 터라 이 같은 발표는 의아하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미래에셋대우는 10개국에 14개의 거점을 둬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해외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현지법인의 자기자본 규모는 2조3,000억원, 직원 수는 700여명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GISO 선임에 대해 미래에셋 지배구조 개편 등에 대한 정부의 압박에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부터 미래에셋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고 금융 당국은 지난달 25일 그룹 간 교차출자와 차입금을 활용한 자본확충 등 6건의 사항을 지적한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국내 경영은 주요 계열사 부회장과 대표이사에게 맡기고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한다는 게 2년 전 미래에셋대우 회장 취임 당시부터 밝혀온 박 회장의 구상”이라며 “2년 임기가 끝나면서 GISO로 선임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임기 만료 후 미래에셋대우 회장직은 내려놓더라도 3월부터 맡고 있는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의 글로벌 회장직은 유지할 예정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고문직 이동을 두고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닮은꼴 행보라고 말한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지난해 자사주를 맞교환한 데 이어 올해는 판교 알파돔 부동산 개발을 위한 펀드에 공동투자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