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수도권의 주택시장 동향과 관련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주택시장 담당 부처 고위관계자들은 ‘위기 상황은 종료’되고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부동산 가격 억제를 위한 강력한 보유세 인상 카드 필요성이 당장은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다만 강남발(發) 리스크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어 기존에 시행 중인 규제의 고삐를 늦추지는 않을 방침이다.
23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몇 달 만에 몇억원씩 뛰는) 위기 상황은 종료됐다”고 평가했다. 주택정책을 전담하는 사회수석실도 주택 가격이 폭등세일 때 대응책 마련에 매진했지만 최근에는 교육 정책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근래 수석보좌관회의 등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참모 회의에서도 부동산 관련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부담금 예정액 통지 등의 강력한 규제책이 본격 시행되면서 이달 들어 강남과 목동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도 호가가 수억원씩 떨어지고 있다. 마포·용산·성동 등 주요 지역의 일반 아파트와 입주를 앞둔 분양권도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고 거래가 뜸해졌다.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경제 총괄부서인 기재부의 고위관계자들도 연초에 불붙었던 급등세는 진정됐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다만 이 같은 안정세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서울 등 급등 지역은 안정세로 접어들었지만 아직 리스크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도 “안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장기 안정추세로 이어질지, 잠시 쉬어가는 상황인지 판단하기는 일러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위축도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4월 양도세 강화를 앞두고 매매가 1~3월로 앞당겨 이뤄지면서 이후 급감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거래 공백은 매도·매수자 간 현격한 호가 격차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이 격차가 줄어들면 거래가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집값 억제를 위한 새로운 대책을 검토하기보다는 예정된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주도의 보유세 개편안 논의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주택시장의 ‘급한 불’은 끈 만큼 급격한 인상보다는 중장기적인 단계적 보유세 인상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부동산이 위기 상황이면 보유세까지 꺼내 대응을 할 텐데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며 “일단 특위의 권고안을 받아볼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가 보유세가 낮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주택 공시가격이 많이 올라 사실상 보유세 부담 인상 효과가 나고 있어 추가 증세에는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정개혁특위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기존에 이미 시행 중인 규제와 관련해서는 그대로 시행하며 고삐를 늦추지 않을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칫 제도를 완화하는 쪽으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을 주의하면서 조심조심 ‘운전’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시장관리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정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에 다른 리스크 요인이 불을 지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방 주택시장 침체 우려와 관련해서도 조정지역 해제 등의 규제 완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경기 활성화 수단으로 부동산정책을 쓰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며 “지역 산업이나 경제 악화로 해당 지역 주택 시장이 고전을 하고 있다면 수급 조절을 통해 시장에서 해소돼야지 정책적으로 부양을 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깡통전세나 역전세난 등의 문제는 주거복지 차원에서 전세금 대출이나 전세금반환보증 확대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재정개혁특위는 다음달 중 공청회 형태의 회의를 열어 보유세 인상과 관련한 의견 수렴에 나선다. 재정개혁특위 고위관계자는 “다음달 중 공청회 형식의 회의를 열어 보유세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태규·김영필·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